최근 수년간 공격적 전력 보강으로 전북 독주에 드디어 제동
올해엔 김영권·엄원상·아마노·레오나르도·아담 등 영입

'화끈하게 지갑 연' 울산, 17년 만에 K리그 우승으로 결실
연이은 좌절에도 더 활짝 지갑을 연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마침내 '17년 만의 K리그 우승'이라는 결실을 봤다.

울산은 16일 강원FC와의 K리그1 2022 37라운드 원정경기 2-1 역전승으로 남은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프로축구 출범 이듬해인 1984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울산은 전통의 강호로 꼽힌다.

김호·차범근·김정남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 명장들이 지휘봉을 잡고 허정무, 최강희, 김현석, 김도균, 고(故) 유상철, 박진섭, 박동혁, 이천수 등 당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울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울산은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2012년(10승 2무)과 2020년(9승 1무) 두 차례나, 그것도 무패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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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리그에서는 늘 우승 후보라는 전망에도 유독 정상과 인연이 많지 않았다.

울산이 K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1996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두 번째 우승 이후 아시아 정상에도 두 번이나 서고, 2017년에는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도 처음 우승을 차지했지만 K리그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는 데는 무려 17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울산이 못한 것도 아니다.

울산은 그동안 무려 10차례(1988·1991·1998·2002·2003·2011·2013·2019·2020·2021년)나 K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 최다 준우승팀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팀 팬들로부터 '준산'(준우승+울산)이라는 놀림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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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울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현대가(家) 맞수' 전북 현대와 시즌 최종전까지 정상을 다투다 2위에 머물러 아쉬움이 더 컸다.

2019년에는 비기기만 해도 됐을 최종전에서 포항에 1-4로 대패하는 바람에 승점은 같으나 다득점에서 1골이 앞선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리그가 27라운드로 축소 운영된 2020년에는 전북에 승점 3이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최종전 직전 전북과 맞대결에서 패하고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정상 탈환에 나선 지난해에도 최종전까지 우승 경쟁을 끌고 갔으나 전북보다 승점 2가 적어 또다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5개월 동안 리그 선두를 달리다 파이널 라운드 직전 성남FC에 1-2로 일격을 당하면서 전북에 내준 1위 자리를 끝내 되찾지 못했다.

'화끈하게 지갑 연' 울산, 17년 만에 K리그 우승으로 결실
비록 연거푸 우승 한풀이에 실패했지만 울산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국가대표급 진용을 꾸리며 정상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9년에는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비롯해 수비수 윤영선(전북)과 데이브 불투이스(수원 삼성), 미드필더 김보경(전북)과 신진호(포항), 공격수 주민규(제주) 등을 영입했다.

2020년에는 골키퍼 조현우, 수비수 정승현과 김기희, 홍철(대구), 공격수 비욘 존슨(노르웨이), 미드필더 원두재와 윤빛가람(제주), 고명진에 유럽 생활을 접고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도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도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루카스 힌터제어(한자 로스토크)와 김지현(김천),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윤일록, 조지아 국가대표 바코, 신형민 등을 영입하며 우승을 노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발표에 따르면 2018시즌 기본급과 수당을 합친 구단별 선수 연봉 총액에서 전북이 약 17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울산은 2위였으나 전북의 절반 수준인 약 94억 원이었다.

이후 전북과 울산의 연봉 총액 순위는 바뀌지 않았으나 격차는 크게 줄었다.

2019시즌 전북이 약 159억원, 울산이 약 120억원이었던 선수 연봉 총액은 2020시즌에는 전북이 약 169억원, 울산이 약 146억원으로 간격이 더 좁혀졌다.

지난해에는 선수 몸값으로 전북이 약 178억원을 쓰고, 울산이 147억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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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 선수 연봉 총액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울산은 올해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동준, 이동경(한자 로스토크), 오세훈(시미즈) 등의 해외 진출로 공격진의 누수가 생기고, 홍철, 불투이스, 윤빛가람 등도 팀을 떠났지만 대대적인 전력 보상으로 새 판을 짰다.

일본에서 활약해온 국가대표 주축 중앙수비수 김영권을 시작으로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임대), 측면 공격 자원 엄원상,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 일본 J2리그 득점왕 출신의 스트라이커, 레오나르도, 헝가리 출신 공격수 마크 코스타 등과 계약했다.

여름에는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의 마틴 아담을 영입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화끈하게 지갑 연' 울산, 17년 만에 K리그 우승으로 결실
울산은 3월 6일 전주 원정 경기로 치른 전북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레오나르도의 K리그 데뷔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가장 먼저 승점 10(3승 1무)을 채우면서 선두로 올라선 뒤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9월에는 2위 전북에 한때 승점 10까지 앞섰다.

그러다가 5점 차까지 다시 쫓긴 채 파이널 라운드를 맞이했다.

지난 5일 FA컵 준결승에서 전북에 1-2로 패하고 나서 사흘 뒤인 8일 전북과 K리그에서 다시 만난 울산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가 해마다 따라다닌 '가을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아담의 페널티킥 동점골에 이은 헤딩 결승골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려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화끈하게 지갑 연' 울산, 17년 만에 K리그 우승으로 결실
울산의 우승은 전북의 독주에 드디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북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아홉 차례나 정상에 오르고, 특히 지난해까지는 사상 최초의 5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리그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전북도 뿌린 만큼 거둔 것이었지만 일방적 독주가 리그 전체에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전북의 대항마로서 그나마 리그 흥행에 한몫해왔던 울산이 마침내 전북을 끌어내리고 왕좌에까지 오른 것이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