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규칙 구체화 검토 문건…장관 보고 현재까지 2건
경찰 "사회현안 대책 장관에 보고"…독소조항 우려 목소리
경찰이 사회적 현안·이슈에 대한 대응방안을 작성해 행정안전부 장관에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행안부장관 지휘규칙상 승인·보고사항 검토'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장관 보고사항 중 하나로 '사회 이슈·현안 관련 대책'을 들었다.

이같은 방안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경찰 지휘규칙)에 규정된 경찰청장의 다섯 가지 보고의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은 보고의무 가운데 '중요정책 및 계획의 추진 실적'(규칙 제2조3항 2호)의 세부항목으로 '사회 현안 및 이슈에 관한 대책', '국정과제 추진 경과 및 실적' 등을 꼽았다.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 5호)으로는 인사제청권·안건부의권·재의요구권 등 장관의 법적 권한에 필요할 경우 요청에 따라 행안부 경찰국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찰 지휘규칙 중 장관 보고사항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계속 나왔다.

장관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 "사회현안 대책 장관에 보고"…독소조항 우려 목소리
그러나 '사회 현안과 이슈'의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지나치게 커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안을 파악하겠다는 것 자체가 범죄를 선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사회 현안'이라고 하면 아직 범죄로 불거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이 정책적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처럼 대규모 집회가 국민이 분열된 상황이 올 경우 이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며 "경찰이 법집행기관으로서 중립을 지키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데, 이런 모호한 조항으로는 정권의 억압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요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는 사안을 그렇게 적은 것"이라며 "올해만 해도 스토킹 범죄 등 주요 사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사회현안 대책 장관에 보고"…독소조항 우려 목소리
현재까지 2호에 해당하는 경찰청장의 보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보고는 모두 6건, 이 가운데 장관 요청에 따른 보고는 2건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월 30일 이상민 행안부장관에게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이라 불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 규정 개정안'에 대한 경찰청 검토 의견을 보고했다.

이달 4일에는 '검경 책임수사시스템 협의회 관련 진행 경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진행 상황'과 '경찰청장 국외 출장', '전세사기 특별단속 계획' 등은 장관 요청 없이 보고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