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 회장 2주기…추모행사 간소하게 치러질 듯
회장 취임 임박 관측 속 향후 행보 주목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오는 25일로 2년이 된다.

최근 재계 안팎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2년을 맞아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포스트 이건희' 2년 이재용, '뉴삼성' 새 메시지 낼까
◇ 공식 대외행사 대신 내부서 추모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2주기는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추모 행사 없이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2주기 당일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행사 대신 삼성그룹 내부 시스템에 온라인 추모관 등을 마련해 임직원이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그룹 안팎 상황을 봤을 때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1주기에도 수원 선영에서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추도식이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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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계자는 "아직 추모 행사나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으며 2주기가 임박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미래사업 구체화하는 메시지 나올지 관심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이 부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작년 1주기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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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는 추도사에 등장했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다)를 언급하면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작년에는 연초부터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했고, 8월 가석방 이후에도 취업 제한 등을 의식한 듯 제한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 부회장은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시찰을 직접 안내했다.

삼성은 이후 사흘 만에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6월에는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통해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 ASML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나는 등 '반도체 초격차' 확대를 위해 EUV 노광장비 확보전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특히 8·15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이 풀린 이후에는 그룹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 행보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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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복권 당시 소감으로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선점과 혁신 성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됐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도 관전 포인트다.

따라서 이 같은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을 더 구체화하는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 '투명한 준법경영' 약속…지배구조 등 과제도 산적
이 부회장이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서자 재계 안팎에서는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2월 사장단 정기 인사 등 다양한 후보일이 거론되고 있다.

회장은 법률(상법) 상의 직함은 아니어서 이사회 보고·의결로 갈음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 경영' 차원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을 달면서 회장에 취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데다 이미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로 이 부회장을 지정한 만큼 굳이 회장 타이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연내 회장 승진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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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 부회장의 앞에는 지배구조 개편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1년9개월 만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2020년 대국민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 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대국민발표를 통해 '4세 경영 승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그룹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다.

다만 이는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2017년 폐지된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부활로 인식될 수 있는 우려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2년 이재용, '뉴삼성' 새 메시지 낼까
이 부회장의 미래 비전과 경영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연말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작년 12월에는 60대 '3인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통해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등 50대 후반의 '투톱 체제'를 갖췄다.

재계에서는 작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미전실 출신 정현호 사업지원TF팀장의 역할도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이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