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녀장의 시대·이토록 평범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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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질문들
▲ 가녀장의 시대 = 이슬아 지음.
구독형 에세이 '일간 이슬아'로 이름을 알린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그는 등단 절차 없이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매일 한편씩 글을 보내는 '직거래'를 하고 독립 출판을 통해 대표적인 에세이스트로 자리잡았다.
소설은 가부장의 '부'(父)에 '녀'(女)를 넣은 '가녀장'을 주인공으로 한다.
용케 글쓰기로 가세를 일으킨 이른바 가녀장이 집안의 경제권과 주권을 쥐며 흥미로운 질서가 생겨나는 모습이 홈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슬아다.
글쓰기로 돈을 번 슬아는 출판사를 차리고 부모를 직원으로 고용한다.
딸이 가장이자 부모의 직장 상사, 최고경영자(CEO)인 셈. 가부장의 집안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한 유쾌한 혁명도 일어나지만, 슬아는 가부장이 저질렀던 실수를 답습하기도 한다.
이슬아는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족들과 함께 일한 경험에서 이야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자전적인 이야기인 양 소설 속 슬아는 "문학을 하실 계획은 없나요"란 기자의 물음에 "왜 제가 문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받는다.
"등단 문학은 문학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 바깥에서도 온갖 종류의 문학적인 작품이 쓰이잖아요.
"
소설은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바꿔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애틋한 딸의 서사다.
이슬아는 작가의 말에서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장수. 316쪽. 1만5천원. ▲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지음.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9년 만에 펴낸 김연수의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하며 완성한 여덟 편을 실었다.
단편들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라 여기던 시간의 개념을 새롭게 상상하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능성의 계기는 이야기 형태로 전달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표제작에선 1999년 동반자살을 결심한 두 대학생이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 '재와 먼지'를 접한 뒤 의외의 선택을 하고,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선 아이를 잃은 한 여성이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다 앞에서 200년 전 그 바다를 지난 역사 속 인물 정난주를 떠올린다.
김연수는 작가의 말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골든로드'의 한 구절인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 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를 들려주며 말한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
문학동네. 276쪽. 1만4천 원. ▲ 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시녀이야기', '증언들'의 작가이자 시인, 문학비평가인 캐나다 출신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 선집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62편을 엄선해 엮었다.
작품과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천착한 주제가 강연, 서평, 논설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수록됐다.
애트우드는 2018년 글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인가?'에서 자신이 착한 페미니스트들에게 비난받는 나쁜 페미니스트라며 '미투' 운동에서 돌아봐야 할 지점은 망가진 사법제도를 고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안녕 지구인들! 인권, 인권 하는데 그게 다 뭐죠?"란 글에선 자신을 외계인으로 설정한 뒤 불평등, 민주주의, 환경, 인권 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짚어낸다.
어린 시절 환경 운동가이자 곤충학자인 아버지와 퀘벡의 숲에서 보낸 일,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다양한 거처와 직업을 거치며 생계를 꾸린 경험, 밭을 일구며 보내는 여가 등 그가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경유한 시간도 살펴볼 수 있다.
위즈덤하우스. 712쪽. 3만2천 원.
/연합뉴스
구독형 에세이 '일간 이슬아'로 이름을 알린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그는 등단 절차 없이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매일 한편씩 글을 보내는 '직거래'를 하고 독립 출판을 통해 대표적인 에세이스트로 자리잡았다.
소설은 가부장의 '부'(父)에 '녀'(女)를 넣은 '가녀장'을 주인공으로 한다.
용케 글쓰기로 가세를 일으킨 이른바 가녀장이 집안의 경제권과 주권을 쥐며 흥미로운 질서가 생겨나는 모습이 홈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슬아다.
글쓰기로 돈을 번 슬아는 출판사를 차리고 부모를 직원으로 고용한다.
딸이 가장이자 부모의 직장 상사, 최고경영자(CEO)인 셈. 가부장의 집안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한 유쾌한 혁명도 일어나지만, 슬아는 가부장이 저질렀던 실수를 답습하기도 한다.
이슬아는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족들과 함께 일한 경험에서 이야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자전적인 이야기인 양 소설 속 슬아는 "문학을 하실 계획은 없나요"란 기자의 물음에 "왜 제가 문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받는다.
"등단 문학은 문학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 바깥에서도 온갖 종류의 문학적인 작품이 쓰이잖아요.
"
소설은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바꿔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애틋한 딸의 서사다.
이슬아는 작가의 말에서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장수. 316쪽. 1만5천원. ▲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지음.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9년 만에 펴낸 김연수의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하며 완성한 여덟 편을 실었다.
단편들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라 여기던 시간의 개념을 새롭게 상상하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능성의 계기는 이야기 형태로 전달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표제작에선 1999년 동반자살을 결심한 두 대학생이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 '재와 먼지'를 접한 뒤 의외의 선택을 하고,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선 아이를 잃은 한 여성이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다 앞에서 200년 전 그 바다를 지난 역사 속 인물 정난주를 떠올린다.
김연수는 작가의 말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골든로드'의 한 구절인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 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를 들려주며 말한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
문학동네. 276쪽. 1만4천 원. ▲ 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시녀이야기', '증언들'의 작가이자 시인, 문학비평가인 캐나다 출신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 선집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62편을 엄선해 엮었다.
작품과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천착한 주제가 강연, 서평, 논설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수록됐다.
애트우드는 2018년 글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인가?'에서 자신이 착한 페미니스트들에게 비난받는 나쁜 페미니스트라며 '미투' 운동에서 돌아봐야 할 지점은 망가진 사법제도를 고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안녕 지구인들! 인권, 인권 하는데 그게 다 뭐죠?"란 글에선 자신을 외계인으로 설정한 뒤 불평등, 민주주의, 환경, 인권 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짚어낸다.
어린 시절 환경 운동가이자 곤충학자인 아버지와 퀘벡의 숲에서 보낸 일,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다양한 거처와 직업을 거치며 생계를 꾸린 경험, 밭을 일구며 보내는 여가 등 그가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경유한 시간도 살펴볼 수 있다.
위즈덤하우스. 712쪽. 3만2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