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성 에코의 자취…신간 '에코의 위대한 강연'
이탈리아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1932~2016)의 강연록을 모은 '에코의 위대한 강연'이 최근 출간됐다.

에코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매년 열리는 문화 축제 '라 밀라네지아'에 참여해 강의한 내용을 묶었다.

미와 추의 본질, 절대와 상대, 비밀과 음모의 힘, 예술의 불완전성 등 12개 주제를 다룬 글이 수록됐다.

책의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글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다.

문화적 혁신은 대부분 유구한 지적 전통에 빚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베르나르두스는 우리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난쟁이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으나 이는 우리가 키가 크거나 시력이 좋아서가 아니요, 그들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
에코에 따르면 거인과 난쟁이의 이야기는 오래된 부친 살해 은유의 하나다.

이는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자들과 혁신을 추구하는 자들 사이의 논쟁을 의미한다.

에코는 "모든 혁신 행위, 아버지에 맞서는 행위는 아버지보다 뛰어난 조상에 의지해 그 조상을 기준으로 삼아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이 중축과 보수를 거듭하며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예술을 포함한 수많은 새로운 지식 체계가 전통에 기대어 이룩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지성 에코의 자취…신간 '에코의 위대한 강연'
아름다움과 추함에 관해서는 미(美)가 정확한 비례·광휘·완전성을 추구한 경향인 반면, 추(醜)는 혐오와 반감, 쾌락과 같은 정념이 들어간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에코는 불, 보이지 않는 것, 역설과 아포리즘, 거짓, 불완전성, 비밀, 음모, 성스러움 등 다양한 주제를 가로지르며 서구 문명사의 경향과 흐름을 정리한다.

열린책들. 이세진 옮김. 496쪽. 2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