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감은 프로 선수의 숙명…늘 성공할 수 없지만, 극복하려 노력해야"
"국민의 사랑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만큼 모범적이어야"
과거 인터뷰로 본 '감독 이승엽'의 색…"열정·노력·팬친화적"
많은 야구인이 이승엽(46)을 한국 야구 역대 최고 타자로 꼽는다.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명장 김응용·김성근·김인식 전 감독 모두 한목소리로 "타자는 역시 이승엽"이라고 말했다.

과연 '감독 이승엽'은 어떤 길을 걸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4일 이승엽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단연 올해 KBO리그의 가장 큰 뉴스거리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이승엽 감독은 아직 "어떤 감독이 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의 과거 인터뷰를 떠올리면 지도자 이승엽의 색을 유추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국민 타자'다.

한국시리즈, 국제 대회 등에서는 극적인 홈런도 쳤다.

김성근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고문은 "통산 성적도 좋고, 결정적일 때 해결하는 능력도 있다"며 이승엽 감독을 최고 타자로 꼽았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도 "타자는 역시 이승엽"이라며 "국제대회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 때문에 마음고생 하신 감독님도 계시는데"라고 웃으며 "해피엔딩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떠올렸다.

과거 인터뷰로 본 '감독 이승엽'의 색…"열정·노력·팬친화적"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당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뛰던 이승엽 홍보대사는 6-9로 뒤진 9회 1사 1, 2루에서 LG의 특급 좌완 이상훈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앞선 타석까지 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이승엽이 동점포를 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삼성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구단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당시 삼성 감독은 김응용 전 대한야구협회 회장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지독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전 2-2로 맞선 8회 결승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 밖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이승엽은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김인식 전 감독은 "이승엽 정도의 타자는 부진해도 믿고 써야 한다.

이승엽이 홈런으로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한 것"이라고 평했다.

최고의 타자에서 '초보 사량탑'으로 새출발하는 '감독' 이승엽은 과연 어떤 덕목을 선수들에게 제시할까.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압박감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는 다른 직장인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좋은 대우도 받는다.

그 정도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프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늘 성공한 건 아니다.

그래도 '프로라면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압박감을 극복하는 것이 프로의 덕목'이라는 게 이승엽 감독의 기본 철학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두산 선수단에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인터뷰로 본 '감독 이승엽'의 색…"열정·노력·팬친화적"
이승엽 감독은 세이버매트릭스 등 다양한 데이터에도 관심이 크고, 공부도 많이 했다.

'효과적인 훈련'에 관한 고민도 깊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노력, 성실함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정신력으로 야구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야구를 향한 열정,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팀도 승리하고, 선수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의 좌우명인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두산 선수들도 깊이 새겨야 할 문장이다.

과거 인터뷰로 본 '감독 이승엽'의 색…"열정·노력·팬친화적"
이승엽 감독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단속하는 '모범생'이었다.

은퇴 뒤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했다.

당연히 감독이 된 뒤에도 '선수들의 품위'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 감독은 "지금은 매일 프로야구 5개 경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다.

스타 선수들은 좋은 대우를 받는다.

그만큼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우리 한국야구가 5년,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사랑받는 국민스포츠가 되길 기원한다.

나를 포함한 야구인, 현재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제 '모범적이고 팬 친화적인 야구'를 펼칠 기회를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