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무기력하자 독자제재로 선회…외교적 압박에도 '시동'
제재 회피 관여 기관이 타깃…상징적 조치지만 단호한 대응 메시지
北잇단 도발에 전격 독자제재 카드…美와 발맞추고 핵실험 경고
정부가 14일 5년 만의 대북 독자제재에 나선 것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응이 무기력해지자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미 독자제재에 나선 미국 등 우방국과 보조를 맞추고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더 강한 제재로 맞설 것임을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전례 없는 빈도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주도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가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제재 결의는 커녕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서 여러 차례 안보리 회의가 소집됐지만 중·러에 막혀 결과물 도출에는 실패하는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이처럼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정부는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한 외교적 압박 카드로 독자제재를 검토해 왔다.

다만 정부의 독자제재는 당초 북한의 7차 핵실험 이후에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에 전격적으로 꺼낸 배경이 주목된다.

이는 우리를 향한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확장억제 강화 등 군사적 대응과 더불어 외교적 대응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일본 등과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도 커 보인다.

이번에 정부가 제재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등은 이미 미국이 지난 4월에 제재 대상으로 올린 곳들이다.

미국은 북한이 IRBM을 발사한 지 사흘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에 관여한 개인 2명과 사업체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일본과 호주 등도 올해 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단행할 때 독자제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정부 교체기와 맞물려 독자제재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에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자 칼을 빼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들 다수가 안보리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데 관여한 곳들인 점도 주목된다.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인 젠코(GENCO)는 노동자 송출, 국가해사감독국과 육해운성, 원유공업국은 선박과 광물, 원유 등 밀수에 각각 관여하고 있다.

또 화성선박회사, 구룡선박회사, 금은산선박회사 등은 제재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관들에 대해선 사전허가 없는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가 금지된다.

물론 남북 간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 애초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 및 개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어 이번 제재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주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정부의 독자제재는 이번이 끝이 아니고 시작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미국, 일본 등과 소통하며 대북 제재 대상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보다 더 큰 도발이 있다면 더 큰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