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코로나 사각지대' 우려…'코로나 전후 응급의료 변화' 논문
경증 환자 줄어 전체 응급실 이용은 22.8% 감소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갔다 1주일내 사망' 아동 2배로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종합병원 응급실 이용자는 줄었지만, 응급실 방문 후 1주일 내 사망한 환자의 비율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면서'비(非) 코로나' 환자에 대한 응급 의료 대응에서 사각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코로나19 발생 전·후의 응급의료이용 변화'(김정주·김상미·신동교)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2년인 2018~2019년 연평균 응급실 방문 건수는 535만4천684건이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413만3천723건으로 22.8% 급감했다.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갔다 1주일내 사망' 아동 2배로 늘었다
감소 정도는 코로나19 유행이 심했던 시기 더 컸다.

1차 유행 때인 2020년 3월에는 2018~2019년 동기간 1달 평균보다 33.1% 줄었고, 2차 유행과 3차 유행이 있었던 9월과 12월에는 각각 35.0%, 41.7% 감소했다.

응급실 이용자가 줄어든 것은 중증보다는 경증 질환 환자나 중증외상 환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4.3% 감소), 심장정지(8.4% 증가), 출혈성 뇌졸중(4.6% 감소) 등 중증 질환보다는 급성인두편도염(50.4% 감소), 급성상기도염(63.0% 감소), 급성 중이염(79.8% 감소) 등 경증 질환 환자의 방문이 많이 감소했다.

또 중증외상(20.8% 감소) 환자도 크게 줄었다.

응급실 방문자가 크게 줄어든 급성인두편도염, 급성상기도염, 급성 중이염 등 경증 질환은 증상이 코로나19와 겹친다.

보고서는 "응급실 방문 건수가 경증 질환자 중에서 큰 폭으로 줄었고 중증 질환자 사이에서는 소폭 감소에 그치거나 더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좀 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감소했지만, 응급실을 방문한 후 1주일 안에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갔다 1주일내 사망' 아동 2배로 늘었다
응급실 방문자 10만명 중 1주일 내 사망자 비율은 2018~2019년 평균 1천246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1천652건으로 32.6% 증가했다.

이런 사망 비율은 특히 만 14세 미만 아동에게서 커서 2018~2019년 평균 37명에서 73명으로 2배 가까이로(99%) 증가했다.

15세 이상의 사망률은 1천547명에서 1천882명으로 21.7% 늘어 상대적으로 증가 정도가 덜했다.

응급실 방문자의 사망률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료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된 가운데, 비코로나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대응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의료기관 폐쇄 등으로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든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고열환자의 진료를 병원이 거부하거나, 병원의 일시 폐쇄로 수술 일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꾸준히 나왔다.

고열을 동반한 산모가 응급실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같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규모 신종감염병 발생시에는 병상, 인력, 의료기술까지 새로운 감염병에 집중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비코로나19 응급 질환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갔다 1주일내 사망' 아동 2배로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