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정보 아닌 안보실 방침 따라…'월북' 부합 않는 정보 의도적 제외"
"해경 '월북 판단' 발표 전 발표자가 '월북 단정 못한다' 의견도 제시"
"자진월북 속단"…감사원이 밝힌 文정부 '서해피격' 발표정황은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는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쳐 당국에 의해 '자진 월북자'로 낙인찍혔을까.

전임 문재인 정부가 근거가 불충분함에도 '자진 월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지난 6월 17일부터 이 사건 감사를 벌인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13일 언론에 배포한 '서해 공무원 피격' 감사 보도자료에서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월북 의사 표명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국이 "실제 정보 내용이 아닌 국가안보실 방침에 따라 종합 분석 및 발표를 했다"며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씨 실종 사실이 파악된 2020년 9월 21일 오후 3시25분 합참으로부터 조류 방향(북→남)과 어선 조업 시기 등을 이유로 월북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음 날인 22일 오후 6시 36분께 안보실이 "해상 추락으로 추정돼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한 첩보 입수'라고 작성한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다.

그 와중에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가 입수됐고 오후 7시40분 국방부 장관에게 첫 보고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이 첩보는 다음 날인 23일 오전 1시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유됐다.

그 사이 이씨는 북한군에 피격돼 숨졌고 시신도 소각됐다.

안보실은 23일 오전 8시30분 이씨 피살·소각 내용을 포함한 대통령 대면보고를 거쳐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국방부(합참)으로부터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초도판단 보고가 이뤄졌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안보실이 이 회의에서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발견'된 내용 등 군이 파악한 첩보 외 다른 월북근거도 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안보실은 초도판단(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며 안보실이 9월 23일 해경에도 '선박 CCTV에서 신발 발견, 지방에서(가정불화) 혼자 거주 등 2가지 팩트를 알려주라'는 취지의 언론 대응 지침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당시 국방부가 월북 판단 근거로 내세운 ▲ 혼자 구명조끼 착용 ▲ CCTV 사각 지역서 슬리퍼 발견 ▲ 발견 당시 소형 부유물 의지 ▲ 월북 의사 표명 모두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특히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과 관련, "이씨는 최초에는 월북 의사를 언급하지 않거나 왜 들어왔는지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다가 거듭된 질문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는 통상적인 자진 월북 상황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안보실은 24일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진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국방부 종합분석 결과를 다시 보고받고 월북 여부에 대한 해경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국방부에 언론 발표를 지시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이다.

이튿날인 25일 오후 2시 북측 대남통지문 접수 후 국방부의 정보 재확인 과정에서도 "자진 월북 결론에 맞추기 위해 기존과 같이 국방부 등의 자료에 없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해경의 9월 29일 2차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에 수사 진행 내용이 없어 수사팀이 발표를 거부하거나, 발표자로부터 월북 판단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10월 22일 3차 발표에서는 (해경이) 임의 짜깁기된 심리분석 및 'B형 구명조끼 착용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는 결론을 공개했다는 것이 감사원 조사 결과다.

감사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안보실은 이들 기관이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one-voice) 대응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