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방향과 핸들 불일치 등 결함으로 시 의회가 감사 청구

경기 고양시의 대표 유적지인 행주산성에서 운행되는 전기 관람차가 결함투성이인 중국산 골프 카트를 개조한 것으로 드러나 시 의회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산 골프 카트가 행주산성 관람차로 둔갑…'안전 위협'
최규진 고양시 의원은 13일 문화복지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행주산성 전기관람차의 안전 문제와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운행 중단을 요구했다.

문제의 차량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에 고양시가 선정돼 지원받은 국비 7억5천만 원 가운데 약 9천만 원을 들여 구매한 전기관람차 2대다.

당초 이들 차량은 덕양구 행주동 관광거점 3곳을 잇는 도로에 사용될 계획이었으나 일반도로 운행이 불가능한 중국산 골프 카트로 드러나 행주산성 운행용으로 변경됐다.

최 의원은 "현장을 세 차례 방문해 차량에 직접 탑승해 봤는데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질타했다
차량 핸들이 주행 방향과 맞지 않았고, 휠체어를 실을 때 프레임이 휘어졌으며, 탑승 의자가 흔들려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안전벨트를 맸더라도 좌석에서 굴러떨어질 위험이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비상 안전 버튼을 누르면 모든 동력과 전력이 끊기면서 미끄러지는 현상이 생겨 경사가 급한 행주산성에서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하부 전선과 케이블이 뒤엉켜 노출돼 있고, 차량 계기판은 영어나 한국어의 지원 없이 모두 중국어로 표시돼 탑승자들이 경고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확인됐다.

과업 지시서에는 14인승을 개조해 운전자와 탑승자 등 9~11인과 휠체어를 싣도록 적혔으나 실제로는 4~5명만 탈 수 있고, 외형에는 권율 장군과 행주치마 캐릭터가 없어 관광지를 홍보할 수도 없다.

중국산 골프 카트가 행주산성 관람차로 둔갑…'안전 위협'
그런데도 시는 지난해 행주산성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의 성과를 인정해 이 사업을 주도한 관광과 팀장과 주무관에게 우수공직자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의 질의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한 문화복지위 소속 의원 9명이 서둘러 정회를 요청한 뒤 시 감사담당관실에 전기차 구매 경위와 운영 실태 등을 감사하도록 청구했다.

최 의원은 "행주산성 전기차는 전체 사업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더 많은 문제점이 예상되는 만큼 정밀 감사를 거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