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체, '블랙리스트' 러 미사일 제조사에 IT 기술 공급
로이터는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등을 개발·판매하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익스트림네트웍스의 판매 서류와 직원 이메일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이 회사가 2017∼2021년에 64만5천달러어치(약 9억2천만원)를 러시아의 'MMZ아방가르드'에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MMZ아방가르드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방공 시스템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국영 업체로,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미 상무부가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익스트림네트웍스가 공급한 제품에는 사무실 IT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돼있다.
이 업체는 탐사 보도에 나선 로이터측에 "중간 유통 대리업자를 통한 거래여서 그동안 공급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당사 제품이 MMZ아방가르드에 공급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에 깨달았다"고 답변했다.
거래 중간 대리업자로는 키프로스에 모회사를 둔 유통회사가 개입했고 주문 처리 서류에는 MMZ아방가르드 대신에 이미 영업이 중단된 러시아의 중소기업 이름이 오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취재 과정에서 익스트림네트웍스의 제품이 러시아의 다른 군함 제조사와 방산용 전자제품 제조사에도 공급된 것을 보여주는 서류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서방의 무역 제재나 금수 조치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며 러시아가 첨단 무기 분야에서 얼마나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익스트림네트웍스의 한 직원이 이미 지난 4월 내부적으로 러시아 군수업체에 대한 제품 판매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이 회사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도 지적했다.
예컨대 주문 처리 과정에서 오간 서류에는 MMZ아방가르드의 홈페이지 주소가 기입된 적이 있으나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다.
또 제품 설치 과정에서 익스트림네트웍스의 직원이 MMZ아방가르드 사무실에 파견되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 상무부는 이번 사례에 대한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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