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일어나 인터넷·TV…95.8% "미래 희망 없다"
고립 청년만 수십만명 추정…중장년층도 다수


[※ 편집자 주 = 은둔형 외톨이는 방이나 집 안에만 머물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 활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보다 먼저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의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더 친숙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광주시에서 2019년 10월 15일 처음으로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관심은 차츰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첫 조례 제정 3년을 맞아 은둔형 외톨이 실태, 지원 상황, 과제 등을 담은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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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① "희망이 없어요"…방안에 갇힌 수십만 외톨이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이제 죽음을 생각해야겠죠.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안 좋은 미래가 그려져요…. 희망이 없어요."(당사자 1)

"6∼7시에 자고 새벽. 새벽이 아니지, 아침이구나. 그러다 보면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겠어요.오후 늦게. 그러다가 텔레비전 보거나 컴퓨터 하거나."(당사자 2)

"20대 때는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이제 30대로 넘어가 버리니까 이제는(한숨) 힘들 것 같아요."(가족 1)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뜻한다.

단절 기간을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으로 볼지 등 명확한 기준은 정립되지 않았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는 이렇게 정리했다.

"현재 은둔 기간이 3개월 이상이다", "대부분 자신의 방이나 집 안에만 머무른다", "간헐적이고 일시적인 외출은 하더라도 가족 외 대인 관계를 하지 않는다", "은둔 요인이 지적장애 또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등 4개 체크 리스트에서 모두 "예"에 해당한다면 상담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활용해 19∼34세 '고립 청년'은 전체 청년의 3.1%에 해당하는 33만8천961명으로 추정했다.

2019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자료에 근거한 분석에서는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Ⅱ'에서 외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0.9%를 국내 19∼39세 전체 인구에 적용해 13만1천610명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연령대를 넓히면 잠정 수치는 더 늘어난다.

외부인 접촉을 거부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이 표본에 포함되더라도 조사 성공률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대규모 조사로 식별 문항을 통해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제언했다.

행정·공공 영역에서 접근은 2019년 10월 15일 광주시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듬해 조례를 근거로 이뤄진 실태 조사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수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실태 조사는 무작위로 추출한 광주 아파트 10만여 가구에 보낸 안내문을 보고 본인과 가족 구성원이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설문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1천95부 표본을 확보해 유효한 349부를 걸러냈다.

당사자 237명, 가족 112명이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응답률이 95.8%나 됐다.

은둔 생활 기간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31.2%로 가장 많았고, 1∼3년 24.9%, 3∼6개월 21.1%, 3∼5년 13.1%였다.

5∼10년(7.2%), 10년 이상(2.5%)이라는 답변도 상당수 나왔다.

은둔 생활 계기는 취업 실패(27.8%),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 비중이 높았으나 가족·대인 관계 갈등에서 비롯된 사례도 많았다고 현장 활동가들은 전했다.

"학교에서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못나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고."(당사자3)
"외톨이로 괴롭힘을 당하고 그러니까 고등학교고, 대학교고 친구가 하나도 없어."(가족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같은 사례 분석을 통해 심리·정서적 문제, 학교생활 부적응, 입시·취업 실패, 부모와 갈등,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을 파악했다.

또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 작용해 최종적으로 고립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뭘 잔뜩 써놨는데, (은둔하게 된 계기) 목록이 너무 많아요. 진짜 꿈이 엄마 때문에 좌절된 것, 섭식장애, 동기들한테서 괴롭힘당한 것, 무력감, 실패감…."(당사자 4)

광주시 실태 조사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이 평상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중복 답변)은 스마트폰 사용(53.2%), PC·인터넷 게임(50.2%), 잠자기(41.8%) 등이었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원은 상담 등 심리적 지원(34.8%)이었지만 상담장으로 그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상담사들은 닫힌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고는 한다.

권용훈 광주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 상담원은 "당사자 부모가 계실 때 집을 방문하는데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로는 상담사가 왔다 갔고, 다음에 또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당사자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