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출간
사랑의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심장일까, 뇌일까?
사랑은 예술작품의 영원한 화두다.

뛰어난 작가들은 멋진 말로 사랑을 예찬했다.

빅토르 위고는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길에서 사랑에 빠진 무척 가난한 한 남자를 만났다.

모자와 코트는 낡고 신발에는 물이 새고 있지만, 그의 영혼으로는 별이 지나고 있었다"고 답했다.

제임스 조이스는 장편 소설 '율리시스'에서 "사랑은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멋지고도 모호한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무수히 많은 작가가 사랑이 주는 '고통'과 '희열'의 감정에 탐닉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원천은 늘 심장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큐피드가 쏜 화살에 심장을 맞았다'는 로미오의 대사는 심장과 사랑의 이 같은 관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스테파니 카치오포 같은 신경과학자에게 황당한 얘기일 뿐이다.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감정은 뇌에서 시작된다는 게 과학계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카치오포는 신간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생각의힘)에서 외과수술을 하듯 정확하게 사랑의 감정을 해부하며 사랑은 뇌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심장일까, 뇌일까?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지면 중독성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도파민과 대상에 집중하게 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촉진된다.

불안한 생각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공감과 신뢰의 느낌을 주는 옥시토신도 함께 분비된다.

사랑에 빠지면 술에 중독된 듯 기분이 좋고, 상대만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상대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사랑을 하면 왜 그토록 다채로운 보상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일까? 저자는 사랑이 인간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초기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 먹고 포식자를 피해 다니며 보냈다.

이에 따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다양한 사회적 기술이 필요했고, 사랑이 이런 사회적 기술 발달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심장일까, 뇌일까?
반면, 외로움은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무리에서 이탈하거나 혼자 동떨어지면 포식자의 공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인간은 외로움을 느낄 때 뇌에서 혐오 신호(aversive signals)가 발현되도록 진화했다.

혐오 신호란 배고픔, 갈증, 통증과 같이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말한다.

수많은 예술가가 사랑을 예찬했지만, 과학적으로 뜯어보면 결국 사랑이란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하며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인간이 가꾸고 개발한 능력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삭막하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꼭 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음과 뇌의 경계가 흐릿해졌던 저자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랑의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심장일까, 뇌일까?
독신주의자였던 저자는 어느 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상대를 깊이 사랑했으나 병으로 그를 떠나보냈다.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울다 잠들던 나날들이 몇 주간이나 이어졌다.

저자는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감정의 수렁에서 조금씩 빠져나왔다.

이런 격렬한 감정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퇴색되겠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나날 동안, 남편에 대한 감정을 잊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떠나버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를 더 가까이 안는 것이며 마음처럼 느껴지는 뇌 안에 그를 간직하는 것이다.

"
김희정·염지선 옮김. 308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