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이기에 가능했다.
지난 9일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끊임없는 반전과 충격적인 사건들 그 중심엔 엄지원이 있었다. 애초에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상아는 난실 스프링클러에 염산이 들어있음을 밝히며 광기 어린 미소를 띄었고 이내 푸른 난초들과 함께 영원히 사그라들었다.
뻔한 악역에 질린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충격을 안긴 엄지원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력하고 신선한 원상아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극중 최강 빌런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악랄한 악행의 끝을 보여준 원상아를 연기한 엄지원은 두 얼굴 열연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고, 명품 호연은 웰메이드 드라마의 가치를 높이며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엄지원과의 일문일답>
Q. ‘작은아씨들’이 종영을 맞았다. 종영소감.
A. 지난 3월 촬영을 시작해서 6개월 120회차의 시간을 원상아라는 인물과 함께 보냈다. 밉지만 미워 할 수 없는 여러 얼굴과 마음을 가진 상아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우선 너무 좋은 글을 써주신 정서경 작가님, 두 말이 필요 없는 연출력의 김희원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과 연출 덕분에 상아를 그리고 찾아가는 여정이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했다. 애정을 담아 촬영해주신 박장혁 촬영감독님. 유영종 조명감독님. 모든 세트가 감동이었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주신 류성희 미술감독님. 이 모든 분들 덕분에 상아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은 봐주시는 여러분들이기에 사랑으로 ‘작은아씨들’을 봐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은 아씨들’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했다.
Q. 처음 대본을 읽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경성학교’ 이후 악역 연기가 오랜만인데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4부까지 읽었다. 일단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상아가 초반 분량이 많지 않다. 1부 2부에 거의 나오지 않는데, 상아 분량이 많지 않지만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작가님도 평소에 너무 좋아해서 참여하고 싶었고, 내가 상아를 맡게 되면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이후로 완전히 다른 상아의 모습들이 나왔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놓쳤으면 아쉬웠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 작품은 악역이나 사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상아도 미스터리한 내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롤을 세분화했을 때 악역이라면 악역이지만 빌런에 가까운 다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Q. 예상치도 못한 반전과 끔찍한 악행들로 시청자들에게 매 회 충격을 선사했던 인물이다. 엄지원이 생각하는 원상아는.
A. 작가님이 “지원씨가 상아의 마음구조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았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극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상아의 감정과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여러가지 사건과 상황들로 삐뚤어지게 되면서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감정과 사고를 가졌지만, 인물이 가진 태생적으로 가진 순수함, 사랑스러움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Q. 인간적으로 이번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외적이나 내적으로 특별히 준비하거나 중점을 둔 부분은.
A. 먼저 외적으로 상아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재밌었던 건 의상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미술팀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일단 세트가 너무 좋기도 했지만, 인물들에게 특정 컬러를 지정해 주셨다. 상아한테는 블루와 보라 정도의 느낌의 컬러를 주셨고, 토대로 스타일리스트 팀과 디벨롭 시켰고, 그 과정이 새롭고 재밌었다. 8부 엔딩에서 상아의 의상은 노랑색, 닫힌 방에서는 레드 계열, 난실에서는 블루 계열 등 특정 장소에서 색깔을 부여받은 씬 들이 있었다. 의상 컬러 톤을 정해주신 만큼 세트 랑도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옷이 사실 한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옷은 가능한 색에 맞추고 하이 쥬얼리를 사용해서 상아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했다. 내적으로는 상아라는 인물이 감정이 복잡한 인물로 정말 여러가지 감정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스케줄상 6부 촬영을 마무리하기 전에 12부 막 씬인 상아의 최후를 먼저 찍었다. 촬영 당시에는 엔딩을 먼저 찍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사전에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그 이후 상아라는 인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실제 마지막 촬영으로 그 씬을 찍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인물을 어떻게 준비한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을 글을 통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했다. 작가님이 되게 특이하시게 전체 리딩을 할 때 모든 배우들에게 가능하면 대사를 토시대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연기할 것을 부탁하셨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대사를 부여 받는 씬 들에서 말의 토시 하나가 미묘하게 상아라는 사람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상아를 더 가깝게, 깊이 느끼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글이 너무 잘 쓰여져 있어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스펀지처럼 잘 흡수 되었던 인물이었고, 어투안에 있던 상아의 마음구조를 찾아가는 것도 재밌었고 좋았다.
Q. 약 6개월 동안 작품을 통해 역대급 빌런을 맡아 연기하셨는데, 촬영을 마치고 후폭풍은 없나.
A. 유독 이번 작품에서 감정이 센 씬 들이 많았는데 사실 촬영이 종료되고 내상을 입진 않았다. 오래 배우를 하다 보니 캐릭터를 빨리 떠나보내는 것에 단련이 되었다. 연애가 끝나면 그 사람을 보내주는 것처럼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빨리 보내주는 걸 훈련도, 노력도 많이 했다. 또 그것이 인간 엄지원에게도 좋다. 촬영이 끝나고 여러가지 취미 생활, 운동도 많이 하면서 캐릭터 떠나보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극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나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좋았던 씬 들이 너무 많아 한 씬을 꼽기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신경 썼던 건 8부였다. 상아의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촬영 당시 편도염에 심하게 걸려 몸이 많이 아팠다. 극 중 상아에게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급하게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프로폴리스 캔디를 먹고 좋지 않았던 컨디션에 힘들게 찍어서 특히 아쉬움이 남는다. 또 11부에 재상을 죽이고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난 당신을 위해 안 죽을 건데.”라며 재상과 이별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 아팠던 씬이다. 이 장면을 보고 나서 8부 초반 닫힌 방에서 나온 상아가 재상에게 “약속해 줘야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 준다는 거.”라고 말하며 재상의 약속을 받아낸 상아의 이면적인 모습이 나와서 너무 무섭기도 아프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Q. 이번 작품에서 주요 사건의 중심에 서서 세 자매 그리고 남편 박재상과의 대립이 그려졌다. 함께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고은이랑 연기할 때도 서로 마음이 잘 맞았고, 지후도 너무 좋았고, 딸 효린이는 투명하게 연기해줬다. 배우 전채은이라는 사람이 굉장히 맑고 선한 사람인데 진심으로 상아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오롯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엄기준배우는 워낙 베테랑이라 믿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수임이도, 마리도 다 탄탄한 배우들이었다. 다 너무 좋았고, 모든 게 합이다 다 잘 맞았다. 그런 경험을 하는게 배우로서 행복하고 축복 된 현장인데 글이 당연히 좋았지만 감독님을 포함하여 모든 스탭 분들까지 각자 자기 분야의 프로들끼리 만나서 자신의 일을 다 너무 잘해서 만드는 즐거움이 있었던 현장이었다.
Q. 배우 엄지원에게 ‘작은아씨들’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A. 함께했던 배우, 스텝들 모두의 합이 가장 잘 맞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작은아씨들’을 애청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A. ‘작은아씨들’을 시청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가장 감사한 마음이다.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끼리 아무리 즐겁고 좋아도 봐주시는 드라마를 보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번 작품은 특히 많은 시청자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제가 맡았던 상아도 밉지만 미워할 수 없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잘 쉬고 몸 컨디션을 잘 회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반할만한 작품 만나서 바라건대 빠른 시일 내에 인사드리고 싶다.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