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늦깎이 입문…용감한 골퍼로 불러주세요"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투어(2부)에서 또 하나의 예비 스타가 나왔다. 주인공은 이번 시즌 스릭슨 포인트 1위로 내년 코리안투어 진출권을 따낸 김상현(28·사진).

김상현은 지난 7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영암 카일필립스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KPGA 스릭슨투어 최종전 20회 대회에서 단독 2위를 차지하며 투어 포인트 1위를 확정지었다. 스릭슨투어는 KPGA의 2부 투어로, 한국 남자골프 인재를 키워내는 든든한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슈퍼 루키’ 김성현(24), 올 시즌 코리안투어 루키로 1승을 올린 배용준(22) 등이 모두 스릭슨투어를 통해 탄생한 스타다. 2020년부터 던롭스포츠코리아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3년간 2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다.

김상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금랭킹 50위권으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6월(9회)과 9월(18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준우승 두 번을 비롯해 모두 열한 번의 ‘톱10’을 달성했다. 스릭슨 포인트와 상금 순위 1위 모두 그의 차지였다.

김상현은 10일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쉬는 날 없이 열심히 훈련했다”며 “지난겨울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정신력이 강해지고 퍼팅이 좋아진 것도 스릭슨 포인트 1위에 오를 수 있는 힘이 돼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골프 입문은 열일곱 살로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늦었다. 골프 프로인 외삼촌을 따라간 태국 전지훈련에서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고 한다. 시작은 늦었지만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골프 시작 4년 만인 2013년 수석으로 KPGA 준회원이 됐고 이듬해 10위로 정회원 자격을 땄다.

김상현은 자신의 장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단단한 멘털에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투어에서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70㎝의 키로 300야드 이상 보내는 드라이버샷이 장기다. 그는 “롤모델과 라이벌도 없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노력하는지가 중요한 만큼 모든 시간을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김상현은 내년부터 ‘꿈의 무대’ 코리안투어에 참여한다. 다음 연도 시드 확보, 그리고 1승이 목표다. 실전 감각을 늘리기 위해 올겨울에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스쿨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저는 ‘용감한 골퍼’로 불리고 싶다”며 “10년 뒤 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고 있는 날을 위해 피나게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영암=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