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예매 못해 헛걸음…부산영화제서 소외된 디지털 취약계층
"예매를 안 하고 왔으니까 힘들 거란 건 알았지만 서운하긴 하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박모(73) 씨는 지난 9일 영화의전당 매표소 앞을 10분가량 서성였다.

경기 용인시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손주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싶어 왔지만 대부분 상영작이 매진돼 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온라인 예매가 힘들지 않냐"며 "현장에서도 티켓을 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부산영화제 예매 시스템이 온라인 위주로 운영되면서 장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영화제 개·폐막식 등 행사는 온라인에서만 티켓을 판매했다.

일반 상영작의 경우 온·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했지만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매진되면서 현장에서는 잔여 좌석과 취소 표가 없어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씨와 같이 온라인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원하는 작품을 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대부분 국내 영화제는 일정 비율의 현장 티켓을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예매를 진행한다.

지난달 폐막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프라인 70%, 온라인 30%로 표를 배분해 판매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도 현장에서 일정 비율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부산영화제와 마찬가지로 모든 좌석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지만,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전 매표소를 열고 전체 표의 20%는 현장에서 먼저 예매할 수 있었다.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다는 부산 시민 김모(66) 씨는 "점점 예매하기가 힘들어진다.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실버 부스'가 있어 좋았는데 그게 없어진 뒤로는 아들에게 예매를 맡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말처럼 부산영화제도 과거 '실버 부스'를 운영해 장년층의 현장 예매를 도왔다.

그러나 해당 부스가 암표 거래에 악용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라졌다.

코로나19가 발생 이후에는 티켓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 줄을 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위주 예매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예매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