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적응 어려움 우려…"알파벳까지 배우고 입학하는 아이들도 수두룩"

아이들이 미리 공부하지 않아도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한글 책임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입학 전 한글 공부를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 책임교육 한다지만…학부모 10명중 9명 "입학 전 한글교육"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11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미취학 아동(5∼7세),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3∼6학년 자녀를 둔 부모 1천명씩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 학부모 가운데 '현재 한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87.2%였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제주가 92.7%, 서울이 92.2%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자녀 연령별로는 5세 학부모의 81.0%, 6세 학부모의 88.2%, 7세 학부모의 92.2%가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고 답해 자녀 연령이 높을수록 한글 교육을 한다는 응답률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한글 책임교육에 대해 알고 있다(218명)고 답한 이들 가운데 한글 교육을 한다는 학부모는 92.2%로, 한글 책임교육을 모르는 상태(782명)에서 한글 공부를 시킨다는 학부모(85.8%)보다 비율이 높았다.

한글 책임교육에 대해 알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초등 1학년 학부모 가운데는 88.0%, 3∼6학년 학부모 가운데는 89.4%가 입학 전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글 책임교육 한다지만…학부모 10명중 9명 "입학 전 한글교육"
취학 전 한글 교육 경험이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미취학 아동 부모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교육 적응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4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아니까'(19.5%),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수단이어서'(18.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 학부모 역시 비슷했다.

취학 전 한글 교육을 해본 초등 1학년 학부모의 55.5%와 초등 3∼6학년 학부모의 56.9%는 '초등 1학년 교육 적응을 위해서' 한글을 가르쳤다고 답했다.

한글 교육 방법으로는 '보호자가 직접 지도'한다는 비율이 모든 조사 대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바람직한 한글 교육 시작 시기는 미취학 아동 학부모의 경우 '만 5세'가 38.9%로 가장 높았는데 서울만 '만 5세'(35.7%)보다 '만 3∼4세'(36.4%)라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이에 비해 초등 1학년 학부모와 초등 3∼6학년 학부모의 경우 바람직한 한글 교육 시작 시기가 '만 6세'라는 응답이 각 48.6%와 40.8%로 높았다.

한글 책임교육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미취학 학부모의 경우 21.8%, 초1 학부모는 28.3%, 초3∼6 학부모는 30.4%였다.

2017년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서 학교에서는 초등 1∼2학년 한글 교육 시간이 종전의 2배로 늘었다.

아이들이 한글을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한다는 전제를 깔고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 글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듣기·말하기 중심으로 수업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글을 깨우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에 입학할 경우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세 딸을 둔 직장인 송모(39)씨는 "알파벳까지 배우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학교를 믿고 내 아이만 글자를 안 가르칠 수는 없다"며 "차라리 아이들이 학원에 가치 않도록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놀면서 자음·모음 정도는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랩에 의뢰해 2020년 11월 18∼27일 전국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각 조사 대상별 95% 신뢰 수준에 오차는 ±3.1%포인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