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이어 롯데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영구 결번
이대호 눈물의 은퇴사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합니다"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이제 부산 사직구장을 떠나지만, 이대호가 선수 생활 내내 짊어지고 뛰었던 등번호 10번은 영원히 남는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 진행한 이대호 은퇴식과 영구결번식 행사를 통해 등번호 10번은 롯데의 역사가 됐다.

이대호의 10번은 롯데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영구결번인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할 예정이다.

최동원의 '11번' 영구결번 현판이 하늘색 배경에 붉은 글씨인 것과 달리, 이대호의 '10번'은 이대호가 평소 좋아하는 붉은색 배경에 흰색 글씨다.

영구결번식에 앞서서 진행한 이대호 은퇴식은 추억의 얼굴들이 사직구장 전광판에 차례로 등장하며 막을 올렸다.

수영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도록 계기를 만든 친구 추신수(SSG 랜더스)를 시작으로 동갑내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우민(전 롯데) 등이 등장한 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뛴 로빈슨 카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은퇴 축사를 전했다.

이날 은퇴식을 위해 사직구장을 찾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직접 그라운드에 내려와 '10번'이 새겨진 커플 반지를 전달했다.

이대호는 본인이 직접 쓰던 1루수 미트를 신 회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은퇴 투어를 돌며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던 '울보' 이대호는 가족들이 등장한 영상 편지에 출근길부터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어진 은퇴사 역시 눈물로 함께 했다.

"사실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는 말로 은퇴사를 시작한 이대호는 "기일에 은퇴식을 한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고 했다.

팬들을 향해서는 "더그아웃에서 보는 사직구장 관중석만큼 멋진 풍경은 없고, 타석에서 들리는 부산 팬의 응원만큼 든든한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 함성을 들은 이대호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야구 선수로는 대한민국 최고였지만, 1년에 절반은 집을 비워 아빠로는 낙제점이었던 이대호는 "남들처럼 여름방학 때 해운대에 못 데려가는 못난 아빠를 위해 늘 웃는 얼굴 보여준 예서(딸)와 예준(아들), '독박 육아'라는 말도 모자란 아내에게 고맙다"고 가족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어릴 때 길러준 할머니를 떠올리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 늘 걱정하시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받으며 떠납니다.

오늘 가장 생각나고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이대호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야구장에 오겠다.

여러분이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주신 이대호,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한다"며 은퇴사를 마쳤다.

롯데는 떠나는 이대호를 위한 또 하나의 깜짝 선물로 이대호의 등장 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의 깜짝 공연을 준비했다.

픽업트럭에 드럼과 기타를 싣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도착한 체리 필터는 홈플레이트의 이대호를 위해 '오리 날다'를 열창했고,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은퇴식이 끝난 뒤 롯데 후배들은 이대호를 위한 '가장 무겁지만, 가장 힘찬' 헹가래를 선물했다.

그때만큼은 이대호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사직구장 공중의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