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지난해 1∼11월 11개월간 학교 방화 사건이 126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BBC 방송은 케냐에서 유행병처럼 번져온 학교 방화 사건이 그동안 비공개로 다뤄지다가 케냐 의회 요청에 현지 교육부가 이같은 통계를 제출했다고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학교에 불 지르는 케냐 학생들…11개월간 방화 126건 '유행'
이들 방화 사건으로 체포된 학생은 302명이고 방화 및 재산 파손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학생만 41명에 달했다.

BBC는 케냐의 중등 학령기 청소년을 위한 주된 교육 장소인 기숙학교에서 방화가 특히 많이 늘었다며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업 손실을 보충하려는 학교 측의 강화된 교육과정을 원인으로 지목한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방화 사건이 발생한 수도 나이로비 부루부루 여자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대체로 오전 4시30분에는 수업에 들어갔고 밤 10시까지 자습을 해야 했다며 학생들이 국가시험을 앞두고 학습 부담에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학교 방화는 고질적인 문제로, 20년 전 수도 나이로비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에서는 67명이 숨진 적도 있다.

2017년에는 나이로비 모이 여고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 학생 10명이 사망했고 불을 지른 당시 14살 소녀에게는 올해 열린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30년 넘게 케냐 교육 당국의 골칫거리였던 방화사건은 올해도 이어져 몇 주 전에는 서부 지역 학교 기숙사에서 불이 나 여러 명의 학생이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고 BBC는 소개했다.

케냐에서 수년간 학교 방화 문제를 연구해온 캐나다 출신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쿠퍼는 "많은 학생이 방화에 동참하거나 사전 모의하고 참여를 강요받는다"며 "학교 방화의 빈도나 심각성, 집단적인 성격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냐가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 방식에 다른 접근을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