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K패션 글로벌화에 힘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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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매의류 중개 B2B 플랫폼 어이사컴퍼니 김수성 대표
"우리 같은 소상인이 더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아라."
중국에서 제조된 노브랜드(No Brand) 의류를 국내 소매업자에게 중국 현지 도맷값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어이사마켓'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의 의류 소매상이 이용해온 기존의 사입(仕入·상거래 목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것) 방식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김수성(36) 어이사컴퍼니 대표의 어머니는 강원도 홍천에서 옷 가게를 한다.
동네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 약자로, 소규모 자영업자를 뜻함) 숍이다.
소호를 비롯한 국내의 크고 작은 패션 소매업체는 13만여 곳이고, 대다수가 동대문시장을 통해 사입한 상품을 소비자들의 품에 안긴다.
소호 중에는 자신이 모델 역할을 맡아 상품을 직접 광고하고 판매하는 '1인 운영 인터넷 쇼핑몰' 여성 사장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대표를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시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 창업 동기와 노브랜드 상품으로 불리는 보세의류 시장 동향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자동차 대기업 그만두고 선택한 창업의 길
2019년 중국 도매시장의 패션 상품을 국내 소매상에 중개하는 B2B 플랫폼으로 출범한 어이사컴퍼니는 이름이 이채롭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이사라는 단어가 없어 얼핏 외국어인가 하는 짐작도 할 법하다.
그러나 어이사는 '어머, 이건 사야 돼'의 앞 글자를 모은 말이라고 한다.
자사 플랫폼에 일단 들어오면 사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는 자신감과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김 대표는 고객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성비를 꼽는다.
가격이 싸다고만 해서는 안 되고,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도 높아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라야 고객을 잡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 기계공학부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2012년 기아차에 들어가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관리 직원으로 3년 넘게 기름밥을 먹었다.
자동차 만드는 일에 종사하던 그를 전혀 다른 업종의 창업으로 이끈 것은 옷가게를 하는 어머니가 던진 한마디 말이었다.
동대문시장 도매업자를 통해 중국산 의류를 사들여 동네 가게에서 팔아온 어머니는 더 싼 원가로 물건을 들이면 이윤이 커질 것으로 생각했고, 그 길을 아들에게 찾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대표 어머니뿐만 아니라 브랜드 없이 유통되는 보세 의류를 취급하는 모든 소호 숍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다.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는 꿈을 키우며 틈틈이 어머니 일을 돕기도 했던 김 대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무작정 노브랜드 의류가 생산되는 세계 최대 거점인 중국 광저우(廣州)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동대문시장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는 물건들(노브랜드 의류)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
김 대표는 동대문시장을 거치는 기존의 다단계 유통 채널을 개선하면 소규모 의류 가게 사장님은 물론이고 일선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을 안기는 사업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든든한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러고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4년가량 의류 유통 시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물로 김 대표가 패션 소매상들을 겨냥한 중개 플랫폼으로 띄운 것이 어이사마켓이다.
어이사마켓은 국내 전체적으로 연간 시장 규모가 15조 원대로 추산되는 노브랜드 의류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저우산을 현지 도매가격으로 한국 소매상에 중개하고 5~10%의 수수료를 받는다.
김 대표는 수입 경로인 동대문시장 도매업자를 생략한 '다이렉트 이커머스'(direct e-commerce, 직접 상거래) 방식의 자사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의 동대문시장 다단계 유통 채널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소매상 입장에서는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60%의 구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효과에 힘입어 어이사컴퍼니는 2020년 7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매출(거래중개액)이 급증세를 탔고,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올해는 연내에 월 1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 갈 길 멀지만 선발 주자 따라잡겠다
어이사컴퍼니는 같은 업계의 몇몇 선발업체와 비교하면 중개 거래 규모 면에서 한참 뒤진다.
지금은 광저우산 상품만 취급하는 어이사마켓을 이용하는 소호 고객은 8천여 곳으로, 국내외에서 상품을 조달해 주는 최대 경쟁 업체(12만여 곳)와는 격차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광저우에 국한된 사입 시장과 품목을 점진적으로 늘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노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향후 5년 안에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내세우는 것이 가성비다.
질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가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B2B 플랫폼을 넘어 의류 소매상인들의 성장을 이끄는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 배경에서 어이사컴퍼니는 '의류 소매업체 사장님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모토를 내건다.
그 연장선에서 어이사컴퍼니는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교원그룹이 운영하는 교원스타트원창업공간과 공동으로 온라인 패션 쇼핑몰 창업자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진입 장벽이 낮은 온라인 패션 쇼핑몰 시장에선 과당 경쟁으로 창업 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면서 지난달 1기생 6명으로 첫발을 뗀 이 프로젝트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창업자를 성공의 길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 '싼 게 비지떡'이란 중국산 인식, "지금은 아냐"
어이사마켓에선 광저우에 기반을 둔 업체에서 생산되는 1만5천~2만 종의 시즌별 의류를 주축으로 하는 패션 상품을 구할 수가 있다.
김 대표에게 중국 시장에서 들어오는 상품의 품질에 관해 물으니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중국산이 한국산이랑 퀄리티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데, 10년~20년 전 상황에 대해선 제가 그때 (이 시장에) 없었으니까 확답을 못 드리지만, 지금은 같은 단가라면 차이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
그는 오히려 "단가가 같다면 중국산이 더 좋다"며 중국산이 같은 질 기준으로 따질 경우 한국산보다 무조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 K패션을 세계 무대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꿈도 내비쳤다.
흔히 K패션 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제는 K패션 의미가 한층 확장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패션에 대한 한국인의 안목이 높아진 영향으로 원산지와 관계없이 한국 시장에서 통하는 패션 상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이사컴퍼니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의류 등 패션 상품을 국내외 도매시장에서 구해 외국의 소호 상인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입부터 배송까지 한중 간 '크로스 보더'(Cross border) 물류 흐름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미 중국에서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K패션 글로벌화(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우리 같은 소상인이 더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아라."
중국에서 제조된 노브랜드(No Brand) 의류를 국내 소매업자에게 중국 현지 도맷값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어이사마켓'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의 의류 소매상이 이용해온 기존의 사입(仕入·상거래 목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것) 방식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김수성(36) 어이사컴퍼니 대표의 어머니는 강원도 홍천에서 옷 가게를 한다.
동네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 약자로, 소규모 자영업자를 뜻함) 숍이다.
소호를 비롯한 국내의 크고 작은 패션 소매업체는 13만여 곳이고, 대다수가 동대문시장을 통해 사입한 상품을 소비자들의 품에 안긴다.
소호 중에는 자신이 모델 역할을 맡아 상품을 직접 광고하고 판매하는 '1인 운영 인터넷 쇼핑몰' 여성 사장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대표를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시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 창업 동기와 노브랜드 상품으로 불리는 보세의류 시장 동향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자동차 대기업 그만두고 선택한 창업의 길
2019년 중국 도매시장의 패션 상품을 국내 소매상에 중개하는 B2B 플랫폼으로 출범한 어이사컴퍼니는 이름이 이채롭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이사라는 단어가 없어 얼핏 외국어인가 하는 짐작도 할 법하다.
그러나 어이사는 '어머, 이건 사야 돼'의 앞 글자를 모은 말이라고 한다.
자사 플랫폼에 일단 들어오면 사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는 자신감과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김 대표는 고객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성비를 꼽는다.
가격이 싸다고만 해서는 안 되고,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도 높아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라야 고객을 잡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 기계공학부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2012년 기아차에 들어가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관리 직원으로 3년 넘게 기름밥을 먹었다.
자동차 만드는 일에 종사하던 그를 전혀 다른 업종의 창업으로 이끈 것은 옷가게를 하는 어머니가 던진 한마디 말이었다.
동대문시장 도매업자를 통해 중국산 의류를 사들여 동네 가게에서 팔아온 어머니는 더 싼 원가로 물건을 들이면 이윤이 커질 것으로 생각했고, 그 길을 아들에게 찾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대표 어머니뿐만 아니라 브랜드 없이 유통되는 보세 의류를 취급하는 모든 소호 숍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다.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는 꿈을 키우며 틈틈이 어머니 일을 돕기도 했던 김 대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무작정 노브랜드 의류가 생산되는 세계 최대 거점인 중국 광저우(廣州)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동대문시장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는 물건들(노브랜드 의류)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
김 대표는 동대문시장을 거치는 기존의 다단계 유통 채널을 개선하면 소규모 의류 가게 사장님은 물론이고 일선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을 안기는 사업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든든한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러고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4년가량 의류 유통 시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물로 김 대표가 패션 소매상들을 겨냥한 중개 플랫폼으로 띄운 것이 어이사마켓이다.
어이사마켓은 국내 전체적으로 연간 시장 규모가 15조 원대로 추산되는 노브랜드 의류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저우산을 현지 도매가격으로 한국 소매상에 중개하고 5~10%의 수수료를 받는다.
김 대표는 수입 경로인 동대문시장 도매업자를 생략한 '다이렉트 이커머스'(direct e-commerce, 직접 상거래) 방식의 자사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의 동대문시장 다단계 유통 채널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소매상 입장에서는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60%의 구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효과에 힘입어 어이사컴퍼니는 2020년 7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매출(거래중개액)이 급증세를 탔고,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올해는 연내에 월 1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 갈 길 멀지만 선발 주자 따라잡겠다
어이사컴퍼니는 같은 업계의 몇몇 선발업체와 비교하면 중개 거래 규모 면에서 한참 뒤진다.
지금은 광저우산 상품만 취급하는 어이사마켓을 이용하는 소호 고객은 8천여 곳으로, 국내외에서 상품을 조달해 주는 최대 경쟁 업체(12만여 곳)와는 격차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광저우에 국한된 사입 시장과 품목을 점진적으로 늘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노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향후 5년 안에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내세우는 것이 가성비다.
질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가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B2B 플랫폼을 넘어 의류 소매상인들의 성장을 이끄는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 배경에서 어이사컴퍼니는 '의류 소매업체 사장님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모토를 내건다.
그 연장선에서 어이사컴퍼니는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교원그룹이 운영하는 교원스타트원창업공간과 공동으로 온라인 패션 쇼핑몰 창업자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진입 장벽이 낮은 온라인 패션 쇼핑몰 시장에선 과당 경쟁으로 창업 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면서 지난달 1기생 6명으로 첫발을 뗀 이 프로젝트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창업자를 성공의 길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 '싼 게 비지떡'이란 중국산 인식, "지금은 아냐"
어이사마켓에선 광저우에 기반을 둔 업체에서 생산되는 1만5천~2만 종의 시즌별 의류를 주축으로 하는 패션 상품을 구할 수가 있다.
김 대표에게 중국 시장에서 들어오는 상품의 품질에 관해 물으니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중국산이 한국산이랑 퀄리티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데, 10년~20년 전 상황에 대해선 제가 그때 (이 시장에) 없었으니까 확답을 못 드리지만, 지금은 같은 단가라면 차이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
그는 오히려 "단가가 같다면 중국산이 더 좋다"며 중국산이 같은 질 기준으로 따질 경우 한국산보다 무조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 K패션을 세계 무대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꿈도 내비쳤다.
흔히 K패션 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제는 K패션 의미가 한층 확장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패션에 대한 한국인의 안목이 높아진 영향으로 원산지와 관계없이 한국 시장에서 통하는 패션 상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이사컴퍼니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의류 등 패션 상품을 국내외 도매시장에서 구해 외국의 소호 상인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입부터 배송까지 한중 간 '크로스 보더'(Cross border) 물류 흐름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미 중국에서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K패션 글로벌화(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