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550만원짜리 4억원 둔갑, 도로 공사비 부풀려 10억원 확보
미지급액 13억9천만원 딜레마, 감사원 "적절한지 신뢰 어려워"

충북 영동군의 '벼락맞은 천년 느티나무' 구입 과정에 초점을 맞춘 충북경찰청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영동군 '천년 느티나무' 구입 비위투성이…수사 급물살 탈 듯
무려 21억원에 달하는 조경수를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영동군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먹구구식 구입 절차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북경찰청은 아직 피의자 조사 등에 나서지 않았지만 박세복 전 군수와 해당 업무 담당자들의 비위를 중심으로 위법행위 조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 감사는 영동군이 레인보우힐링관광지를 조성하면서 계획에도 없던 고가의 조경물을 경북 김천의 한 조경업자로부터 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영동군이 2020년 4월 법인 2곳에 의뢰해 받은 조경수 5그루의 감정평가 금액은 총 1억1천900만원이다.

소나무 4그루가 7천350만원, 느티나무 1그루가 4천550만원이다.

그러나 조경업자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했다.

느티나무 1그루 10억원 등 업체 내 나무 전체를 묶어 30억원을 부른 것이다.

군은 같은 해 9월 다른 법인에 감평을 의뢰해 20억원 이상으로 나올 경우 20억원에 매매하자고 제안했고 업자는 이를 수용했다.

영동군은 감평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힐링관광지 내 순환도로 사업비를 35억원에서 45억원으로 부풀려 의회 심의·의결을 받았다.

10억원을 추가 확보하는 과정에서 조경수 구입에 쓰겠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어 그해 12월 조경 계획도 수립하지 않은 채 김천의 조경물을 힐링관광지로 모두 옮길 것을 지시했고 이 작업은 신속히 마무리됐다.

감평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해 초다.

1곳은 21억원을, 또 다른 곳은 22억원을 제시했다.

이때 나온 느티나무 1그루의 가격이 4억원, 소나무 4그루의 가격이 2억원이다.

첫 감정평가 때보다 5배 증가했지만 두 법인 모두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영동군과 조경업자는 작년 3월 조경수 63그루를 9억9천만원에 매매하기로 1차 계약한 후 한 달 뒤 돈을 주고받았다.

감사원은 이런 점을 토대로 "운반·식재 비용을 포함한 나머지 금액 13억9천만원도 적절한 것인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공직후보자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박 전 군수의 비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당시 조경사업을 주도한 힐링사업소 팀장을 강등, 소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산출 근거도 기재하지 않은 법인 2곳의 감정평가 결과가 타당한지 국토교통부에 조사 의뢰하고, 조경공사업 자격 없이 공사한 업자도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공직사회의 처사라고 보기 어려운 주먹구구식 계약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이 이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지방계약법과 감정평가법,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여부도 집중 조명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신속히 수사하고 군 관계자를 조속히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