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로 민생 정책 주력…도민 소통·미래 먹거리 확보 성과
'여야 동수' 도의회와 협치는 과제…잠룡 행보에 엇갈린 평가도

'실사구시·공명정대'를 도정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내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100일은 '기회수도 경기도'의 초석을 다진 시간으로 요약된다.

대한민국이 처한 양극화, 저성장, 저출생 등 사회문제 해법으로 '기회'를 꼽은 김 지사는 민생 안정, 도민 소통, 미래 먹거리 확보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기회 실현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동수'인 도의회와 협치는 우려대로 험로를 걷고 있고, 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핵심 공약 사업도 여러 사정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만큼 잠룡 행보를 놓고 임기 초반부터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취임 100일…'기회수도 경기도' 초석 다져
◇ '경제·민생' 화두로 도지사 첫발…도민소통·위기관리 성과
김 지사가 취임 후 첫 서명한 결재 문서는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이었다.

이어 경제부지사 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경제위기 대응에 주력하며 경제전문가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반도체장비 세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리어리얼즈 연구센터와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인 온세미 첨단연구소 유치,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글로벌 의료·바이오 혁신지구 조성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비서실장 내부공모 선발, 도청 내부 쓴소리 전담팀인 레드팀 신설 등 인사 혁신과 함께 도지사 공관 개방, 도민 500명 타운홀 미팅 등 도민과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개설한 긴급복지 휴대전화 핫라인을 통해 40여일간 200여명을 지원하고, 결식아동 급식단가를 한 끼에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인상하는 등 복지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광역버스 주요 노선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군 전 노선 확대 추진, 경기도의료원 노조·버스 노조 파업 중재 등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동연 경기지사 취임 100일…'기회수도 경기도' 초석 다져
◇ '여야 동수' 도의회와 협치 삐걱…핵심 공약 실현 주춤
'여야 동수'가 된 도의회와 협치 문제는 김 지사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도의회와 원만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추경예산안 처리와 각종 공약사업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2차 추경예산안은 국민의힘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출을 문제 삼으며 6일 현재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앞서 경제부지사직 신설을 놓고 도의회 양당, 도 집행부가 마찰을 빚다가 지난 8월 9일 제11대 도의회가 1개월여 지각 개원하며 1차 추경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도의회와 협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상태인데 국민의힘이 김 지사의 협의체 직접 참여를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핵심 공약인 '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경기남부 국제공항 건설'도 지지부진하다.

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경우 시·군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난 7월말 '민선 8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는 일부 시·군의 반대로 안건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수원 군공항 이전과 맞물리는 경기남부 국제공항 건설 역시 도민 참여형 사회문제 해결 방안인 '공론화 사업'의 첫 의제로 설정됐지만, 수원 군공항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추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건축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등에 도지사의 직접 권한이 없어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 차원의 할 일을 하겠다'며 일단 한발 물러선 상태다.

'2025년까지 시내버스 준공영제 전면 시행'의 경우도 1일 2교대제 등 시스템을 완비하면 연간 5천억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등 상당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핵심 공약 대부분이 중앙정부 지원 없이 단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 공약 실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취임 100일…'기회수도 경기도' 초석 다져
◇ 대권 후보군으로 부상…이재명과는 차별화
김 지사는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지지확대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선 득표율 대비 현재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이 김 지사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른 그의 위상을 재차 확인해 줬다.

주한 영국대사와 독일대사 등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이 속속 김 지사를 예방해 외교적 네트워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남경필도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며 "원칙까지 깨면서 기존의 정치,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에서의 정치의 길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문화예술인 등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도민에게 '기회소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전임 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는 기회소득의 개념을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가 "관 주도로 운영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며 탈퇴한 경기지역 오피니언리더 모임 '기우회'에 가입해 "경기도 지도층 인사인 회원들의 역할을 믿는다"고 차별화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과 3자 협의체 회동을 주도하며 광역 교통망 구축 등 현안을 협의, 수도권 유일의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존재감도 드러냈다.

이 같은 정치적 행보에 대해 경기지사직을 발판으로 그동안 주창한 '정치교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