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분기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외국에 유출된 외화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와 상속 목적의 해외 송금도 크게 증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총 2억85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억1580만달러 대비 80.1% 증가한 액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 거주자란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국내의 모든 경제주체를 의미한다.

외국 부동산 취득 목적의 해외 송금은 2020년 1분기 1억4220만달러에서 같은 해 2분기 6990만달러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회복해 올 1분기 1억1770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2분기 들어 대폭 그 규모가 커졌다. 2분기 외국 부동산 취득 목적의 해외 송금 건수도 662건으로 전년 동기 570건 대비 16.1% 증가했다. 증여를 위한 해외 송금 액수도 올 상반기 1억7847만달러로 작년 상반기 1억4355만달러 대비 24.3% 늘었다.

올 상반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송금 총액은 7445억1000만달러(약 1064조원)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6420억5000만달러보다 16.0% 증가한 금액이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대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송금방식 통관수입대금 지급’은 지난해 상반기 1647억달러에서 올 상반기 2115억4000만달러로 28.4% 증가했다.

‘사후송금방식 통관수입대금 지급’도 같은 기간 625억8000만달러에서 768억5000만달러로 22.8% 늘었다. ‘국내기업 지분투자’는 152억1000만달러에서 288억5000만달러(89.7%)로, ‘민간부문 기관투자가 예치 단기’는 353억4000만달러에서 452억6000만달러(28.1%)로, ‘기관투자가 주식 투자’는 241억1000만달러에서 258억1000만달러(7.1%)로 불어났다.

한 의원은 “국외 부동산 취득과 증여를 위한 해외 송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탈세나 자금세탁 등 불법 송금 발생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며 “한은과 정부는 관련 규정 정비 및 선제적 점검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