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의원, 홍콩법의 '폐하' 등 식민지 용어 수정 촉구
홍콩 거리명 바뀌나…"英여왕 추모열기에 '탈식민지화' 재점화"
홍콩에서 나타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를 계기로 '탈 식민지화' 주장이 재점화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전했다.

홍콩 입법회(의회) 매기 찬 의원은 지난달 19일 홍콩 법령에서 탈 식민지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입법회에 제출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에 대한 주권을 회복한 지 벌써 25년이 됐다"며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 아래 국가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고 홍콩의 헌정 질서를 반영해 '폐하'나 '국무장관' 등 홍콩 법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식민지 용어를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신 장애인 조례를 위한 퀸 엘리자베스 재단', '에드워드 유드 경 추모 기금 조례' 등도 명칭 변경 대상으로 언급했다.

친중 매체 대공보는 이 제안을 지지하면서 홍콩의 식민지 잔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보는 앞서 엘리자베스 2세를 추모하기 위해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 대규모 인파가 모여든 것을 비판하며 탈 식민지화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CMP는 "찬 의원의 법적 용어 변경 제안은 아직 대중적으로 별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탈 식민지화를 위해 거리명이나 다른 상징물들의 이름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더 많은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일본 규슈대 중화권 전문가인 에드워드 빅커 교수는 SCMP에 "거리 이름을 다시 짓거나 법조문이나 교과서의 용어를 바로잡는 것은 기껏해야 피상적이고 상징적인 행위"라며 "최악의 경우 과거의 불편하거나 불쾌한 진실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지우려는 시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식민지 역사와 복잡한 유산은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콩 항셍대 조지프 리 교수는 "옛 거리 이름을 보존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는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프트 파워의 행위"라며 "거리명을 다시 짓는 것은 정치적 마찰과 함께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층에 혼란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외교적 논쟁을 초래해 홍콩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에는 영국 왕이나 왕족, 과거 홍콩의 영국 총독 등의 이름을 딴 거리나 건물, 학교가 즐비하다.

준관영 중국홍콩마카오연구협회의 라우시우카이 부회장은 법조문에서 용어를 바꾸는 것은 탈 식민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법적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지에 관한 것"이라며 국가 교육 과정을 통해 이를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탈 식민지화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지만 반대파가 제거돼 저항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 교육부는 지난 8월 "홍콩은 영국 식민통치를 받았지만 식민지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홍콩 교육부는 "1842년 이래 영국이 홍콩에서 '식민통치'를 했지만 홍콩의 주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은 1997년 7월 1일부로 홍콩의 주권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주권 행사를 재개한 것이다.

중국은 언제나 홍콩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