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얽힘 현상, 증명하고 보완하고 구현해낸 아스페-클라우저-차일링거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알랭 아스페(75), 존 F. 클라우저(80), 안톤 차일링거(77)는 양자역학의 현상 중 하나인 양자 얽힘이 실제 존재함을 입증해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등이 탄생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양자역학에서 양자얽힘을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인 '벨 부등식 위배'(Bell inequality violation) 결과를 실험적으로 밝혀낸 업적을 인정받았다.

양자 얽힘은 양자역학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물질의 상태다.

두 개 이상의 입자가 가진 상태가 서로 얽혀 있다가 두 입자가 떨어졌을 때, 한쪽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그 순간 결정 나는 현상이다.

두 개의 입자가 '하나는 A일 때 다른 하나는 B'라는 양자 얽힘 상태일 때, 하나를 관찰해 A임이 확인되면 다른 하나는 B임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양자 얽힘 붕괴'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활용하면 한쪽의 입자 정보를 확인하면 동시에 다른 입자에 정보가 전송되는 '양자 통신'과 같은 현상이 가능해진다.

조동현 고려대 교수는 "두 사람이 동전과 돌을 갖고 간다고 할 때 둘이 서로 자기가 뭘 갖고 가는지 모른 채 헤어져 간 경우를 가정하면, 한 사람이 손을 열어 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은 동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순간적으로 결정 난다"며 "돌과 동전의 관계가 미리 결정됐다는 게 양자 얽힘"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보 전달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와 모순이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숨은 변수'라는 개념을 추가해 설명하려 했다.

반면 영국의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은 양자역학 기본 원리만으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벨 부등식을 고안했다.

숨은 변수가 있으면 이 부등식을 만족하지만, 부등식을 위배하면 양자 얽힘을 기존 양자역학만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은 이 이론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클라우저는 벨의 이론을 발전시켜 실제 실험을 고안함으로써 처음으로 벨 부등식을 위배하는 현상이 현실에서 가능함을 확인했다.

클라우저의 실험은 벨 부등식 위배를 증명하기엔 몇 가지 허점이 존재했는데, 아스페는 얽힌 상태의 광자를 실험해 이 허점을 채움으로써 벨 부등식 위배를 완전히 밝혀냈다.

차일링거는 여기에 더해 이론과 실험으로 증명된 양자 얽힘 현상을 실제 보여주는 '양자 순간이동' 현상을 시연해 처음으로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조 교수는 "클라우저가 시작했다면 아스페가 완성했고, 차일링거가 더 나아가 시스템을 이용해 양자 정보를 어떻게 조작하고 전송할 것인지까지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는 물리학계에선 이미 이들의 수상이 예견돼 있었다며 존 스튜어트 벨이 살아 있었다면 함께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세상에 양자 얽힘이 있는지를 인지시킨 사람들이라 세 사람이 공동 수상할 것은 두고두고 이야기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 얽힘이 양자컴퓨터, 양자 통신 등 양자역학을 활용한 기술의 근간에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도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2012년 양자역학 실험 기법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지 10년 만에 양자 얽힘이 수상했다"며 "2032년에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양자정보기술을 구현한 기술이 받을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