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과 공동연구 매진 중인 학생 > 뮌헨공대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독일 대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운다. 대학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좋은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모델이다. 뮌헨공대의 한 학생이 실험용 초전도 자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뮌헨공대 홈페이지
< 기업과 공동연구 매진 중인 학생 > 뮌헨공대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독일 대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운다. 대학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좋은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모델이다. 뮌헨공대의 한 학생이 실험용 초전도 자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뮌헨공대 홈페이지
지난달 중순 찾은 뮌헨공대 가르힝캠퍼스 강의실은 한산했다. 독일 대학은 공식 학기가 매년 4월과 10월에 시작된다. 빈 강의실과 달리 도서관과 연구실은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로 분주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국인 학생 A씨는 “석사 과정을 끝낸 후 독일 대형 제조업체 취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뮌헨 중심가에 있는 베르크(WERK)1 건물. 뮌헨공대 학생들이 세운 스타트업이 사업 확장을 위해 주로 자리잡는 스타트업 단지다. 젊은 창업가들이 곳곳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이 보였다. 로베르트 리히터 베르크1 대표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정부와 기업 지원을 받아 그들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산학연’ 협력의 상징

뮌헨공대가 있는 바이에른주는 지멘스, BMW, 아우디의 본사가 있는 유럽 최대 경제권이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로 일찍부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앞세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도 뮌헨에 있다. 프라운호퍼연구소와 막스플랑크협회 등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연구소도 뮌헨에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뮌헨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뮌헨공대라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현지에서 만난 지멘스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멘스 역사를 설명할 때 뮌헨공대를 빼놓을 수 없다”며 “지멘스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이 뮌헨공대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뮌헨공대의 학생 수는 작년 기준 4만4000여 명이며, 교수진은 612명이다. 유럽 다른 대학과 비교해 규모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다.
'지멘스·BMW의 최고 파트너' 뮌헨공대…"학생도 기업가정신 길러야"
뮌헨공대가 다른 유럽 대학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대기업 및 지방 정부와의 적극적인 산학연 협력이다. 뮌헨공대는 독일 대기업 및 지방정부와 함께 뮌헨혁신생태계(MUST)의 핵심 멤버다. 뮌헨혁신생태계는 뮌헨공대 창업센터와 뮌헨공동랩, 베르크1 등으로 구성된다. 뮌헨공대 창업센터는 BMW 상속녀이자 대주주인 주잔네 클라텐이 뮌헨공대 출신 창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2년 세운 기관이다. 뮌헨시는 작년 6월 뮌헨공대 창업센터와 시내 북쪽에 뮌헨공동랩(Munich Urban Colab)을 열었다. 지멘스 보쉬 등 독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뮌헨 중심가의 1만㎡ 규모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 베르크1은 뮌헨공대 출신을 비롯한 창업가들에게 스타트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허브 떠오른 뮌헨

뮌헨공대가 중심이 된 산학연 시스템은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1995년 창립한 독일의 복셀젯은 3차원(3D) 프린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한국 여행객에게도 유명한 플릭스버스는 ‘유럽의 우버’로 불리는 버스공유업체다. 두 업체의 공통점은 뮌헨혁신생태계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뮌헨은 수도인 베를린과 함께 독일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최근 5년 기준으로 매년 창업되는 스타트업 수는 베를린의 두 배를 웃돈다. 특히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제조업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뮌헨공대를 졸업한 기업인은 ‘기업대학’이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러워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업가정신을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뮌헨공대가 뮌헨혁신생태계를 앞세워 학생들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화하고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다. 교수를 선발할 때도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선호한다. 뮌헨공대는 독일 대학 중에서도 특허 출원과 기술 이전이 가장 활발한 대학으로 꼽힌다.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대학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20년 기준 뮌헨공대의 전체 예산은 25억709만유로(약 3조5400억원)다. 이 중 3분의 1가량인 8억유로(약 1조1200억원)가량을 기업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뮌헨공대는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18개나 휩쓰는 등 이공계열에 강점을 보이는 대학이지만 정치학, 철학, 스포츠 및 건강과학 등의 과정도 존재한다. 인문학에도 정통한 ‘융합형 인재’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뮌헨=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