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놓였지만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이를 주관하는 산업은행은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해외 규제당국이 이번 M&A의 독과점 여부를 눈여겨보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은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 자칫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완전자본잠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은의 추가 지원 또는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 대한항공 등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주 변경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각국 규제당국이 한국의 두 대형 항공사 간 통합을 마뜩잖아 하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은이 앞장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면 되레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산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와 증권사들을 FI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협상에 응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역시 합병 절차를 밟고 있어 추가 증자 방안을 내놓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증자가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우군으로 나설 곳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