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 1000억' 美 국민화가의 커피숍, 한국 라면가게 됐다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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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화가 대표작 속 뉴욕 커피숍
5년 전부터 한국 라면 가게로 변해
에드워드 호퍼, 현대인의 고독 표현
철저히 계산된 구도와 연출이 특기
고독과 거리가 먼 인생, 아내와 해로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서 내년 10월께
5년 전부터 한국 라면 가게로 변해
에드워드 호퍼, 현대인의 고독 표현
철저히 계산된 구도와 연출이 특기
고독과 거리가 먼 인생, 아내와 해로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서 내년 10월께
이 작품에 나오는 식당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호퍼가 평소 눈여겨보던 여러 식당에서 조금씩 특징을 따와 그렸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미국 뉴욕 웨스트빌리지 그리니치에서 2017년까지 영업하던 ‘나이트호크’입니다. 아쉽게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요.
마침 또 공연·전시업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국내에도 호퍼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때까지 그의 그림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립미술관이 내년 호퍼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더군요. 이참에 오늘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작품값 1000억 넘는 미국 국민 화가…비결은
당연히 호퍼의 그림을 원하는 부자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림 한 점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물이 거의 없거든요. 예를 들면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 1만점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호퍼는 고작 366개의 작품만 남겼습니다. 수집가들은 이렇게나 희소성과 가치가 큰 작품을 웬만하면 팔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거래된 건 2018년 경매에 나온 ‘촙 수이(Chop Suey)’(1929)인데, 낙찰가가 9200만달러(약 1315억원)에 달했습니다. 지금 팔면 아마 더 비쌀 겁니다.
호퍼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그림에 잘 풀어낸 작가기 때문입니다. 그 비결이 뭘까요. 요약하면 ‘엄청나게 잘 그린 덕분’인데요.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화가 나실 테니,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이 관장은 “빛과 창문, 빛이 벽에 닿는 부분과 그늘진 곳, 햇빛을 받는 여자의 몸 앞쪽과 그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대비를 눈여겨보시라”고 말합니다.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통해 인간이 느끼는 고독의 크기가 그만큼 크고 깊다는 걸 표현했다는 겁니다.
이 설명을 적다 보니 호퍼의 인기 비결이 하나 더 떠올랐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부분의 미술 작품들은 책이나 모니터보다 실제로 보는 게 훨씬 좋습니다. 평평하고 단조로운 모니터 속 이미지와 달리 실제 작품은 작품 크기나 질감, 주변 환경과의 조화 덕분에 훨씬 깊은 인상을 주거든요. 그런데 호퍼는 구성과 색감 등 이미지 자체의 매력이 워낙 탁월해서, ‘모니터로 봐도 좋은 작가’입니다. 젊은 세대에서도 호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중하고 치밀한 예술가
이쯤 되면 ‘호퍼는 도대체 얼마나 고독했길래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의외로 호퍼의 삶은 딱히 슬프거나 고독하지 않았고, 오히려 꽤 행복한 편이었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뉴욕예술학교를 나온 뒤 1905년부터 광고회사 등에서 잡지 표지나 삽화 등을 그렸죠. 호퍼는 하루빨리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화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이런 경력 덕분에 보는 이를 빠르게 사로잡는 감각과 구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좋았습니다. 니비슨은 평생 호퍼 곁을 지켰고, 작품에 대한 조언을 비롯해 여러 도움을 주면서 남편이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걸 도왔습니다. 평론가나 고객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소개하는 역할도 했고요. 여러 차례 그림의 모델이 돼주기도 했습니다. 니비슨의 활발한 성격은 예술가치고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치밀했던 호퍼에게 좋은 자극이 됐을 겁니다.
호퍼 그림, 내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올 듯
그런데 드디어 내년 서울시립미술관에 호퍼가 온다고 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아직 공식 발표 단계는 아니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년 이맘때쯤 전시가 열리는 게 확실시됩니다. 호퍼의 그림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다만 전시 티켓은 평소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다른 전시들보다 꽤 비쌀 듯하니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미술과 고고학 등 과거 사람들이 남긴 흥미로운 것들에 대해 다루는 코너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토요일마다 연재되는 기사를 놓치지 않고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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