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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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스티커 꼭 붙여야 하나?"

최근 운전을 시작한 장롱면허 10년 차 최모씨(36)는 '초보' 스티커를 차 뒤에 붙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가족과 논의해봤지만 가족들끼리 의견이 갈렸다. 안전을 위해서는 붙이는 게 좋다는 의견과 붙이는 게 뒤차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최씨는 "규정이 딱히 없다 보니 이런 촌극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법적 의무 아닌 초보운전 표지...1999년에 폐지

최씨와 같은 고민은 온라인상에서도 화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초보운전 표지 부착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5년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4년 후인 1999년에 규정을 폐지하고 자율에 맡겼다. 초보운전 표지 제도가 오히려 초보운전자의 안전운전에 장애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초보운전 표지 부착 여부를 개인이 판단하고 있다. 어느쪽이 낫다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부 개성 있는 초보운전 표지 탓에 다른 운전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골로 가고 싶나? 빵빵! 누르지 마소" "초보운전 당황하면 후진함" "R아서 P 해라"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도로교통법 제154조에 따라 스티커 부착 시 욕설, 혐오감을 주거나 긴급 자동차로 오인할 수 있는 색, 표지를 사용하면 3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할 수 있지만 처벌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의견이다.

이송림 정치행정조사실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혐오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불쾌감을 주거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부적절한 표지도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국가별 초보운전 표지 형태/자료=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국가별 초보운전 표지 형태/자료=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해외처럼 단순하게 규격화해야"

해외 주요 국가는 정식 운전면허 취득 후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의무화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반드시 초보운전 표지를 붙여야 한다. 또 이들 나라는 공통으로 초보운전 표지를 단순화하고 기호화된 형태의 규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조사관은 "우리의 경우 과거에 초보운전 표지가 규격화되기는 했지만, 단순히 단어를 확대하는 수준에 그쳐 운전자가 부착을 기피하게 했다"며 "정교하게 표지를 고안한다면 정책 수용도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초보운전자에 대한 법적 정의를 다시 설정하고 초보운전 표지 양식을 규격화해 일정 기간 부착할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초보운전 표지를 규격화해 배포하고 부착을 권고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됐다. 당시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초보운전 표지 부착은 기본적으로 운전자 자율에 맡길 사항이며 이를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사항으로 할 경우 입법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은 "초보운전의 위험성 및 표지 부착의 효과성이 인정된다면 법정 초보운전 표지 도입을 통해 양식의 규격화, 나아가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의 교통 문화 의식이 개선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