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이기 전까지 반등 어려워…실적 5% 줄면 코스피 하단은 1,920"
증권가 전문가들 "코스피 바닥 아냐…더 떨어질 가능성 여전"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가 연일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의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가 당분간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27일 전망했다.

물가 안정이 확인되지 않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고 강달러 압력이 거센 만큼 주식시장의 약세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전날 3.02%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장중 2,204.83까지 낙폭을 키우며 이틀째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 예상 밴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일단 지금 주가 수준이 저평가 권역에 들어섰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바닥은 아니어서 더 떨어질 여력이 있다고 본다.

미국이 강하게 긴축하고 있고, 금리의 절대 수준이 높아졌기에 앞으로 시장은 정말 데이터에 의존할 것 같다.

이 게임은 연준이 이끄는 장도 아니다.

매월 확인하는 물가가 어느 순간에는 극적으로 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다.

물가가 확실하게 꺾이기 전까지는 주식시장도 반등하기 어렵다.

10월이나 11월까지 주가가 계속 내린다고 할 수는 없어도 유의미하게 반등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하더라도 연준의 기조가 바뀌는 시점은 12월일 것 같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도면 그때까지의 물가에 따라 연준의 기조가 가변적일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돈이라면 지금은 주식을 사도 될 만한 가격이다.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시기지만, 내가 가진 돈의 성격이 중요한 시기다.

주가가 싸졌으니 부실한 종목이나 시간을 이기기 어려운 종목을 그렇지 않은 종목으로 바꾸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해야 한다.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기업 실적 전망치에 변함이 없다면 코스피 하단을 2,130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기업 실적 전망치가 5% 정도 감익된다면 1,920을 하단으로 본다.

원래 연저점이 깨지지는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무안할 정도로 지수가 빠지고 있다.

잭슨홀 회의 이후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갔고, 금리 전망치가 너무 높아졌다.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연말 금리 예상치가 4.5%까지 올라가서 문제다.

원래 3.75∼4.00% 정도를 최대치로 봤는데 더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환율 등 다른 지표도 예상보다 많이 바뀌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잠깐 넘어섰다가 안정되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달러 인덱스를 결정하는 다른 통화가 너무 힘이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되면 기업들은 경영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를 고려해 코스피 하단을 잡았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금리가 4.5%에서 일단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지언정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러면 내년 상반기에는 '금융 장세'에 의한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등락 범위)로는 2,200∼2,450을 제시한다.

하락 변동성 확대에 따른 반발력을 기대해볼 수 있으나, 펀더멘털 모멘텀 약화를 반영하며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달 발표되는 펀더멘털 지표를 통해 통화정책 긴축 수위의 완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바뀌기는 어렵다.

아직 논의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연말에 에너지 가격 문제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커지면 정책 금리가 5%를 향할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신속하게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수 수준이 낮아진 상태에서 횡보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스피가 벌써 2,200에 접근하고 있어 이 지지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패닉셀'이 계속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까지 추락하면 2,15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다만 PBR 0.8배 영역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6개월 먼저 하락하기 시작해 펀더멘털 모멘텀 둔화를 먼저 반영했고, 원화 약세까지 진행된 만큼 추가 하락은 과도한 조정으로 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