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을 꿈꾸는 조모씨(29)는 지난해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초보 개미지만 약세장에서도 나름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깔려 있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잘 활용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개미’들이 늘면서 증권업계도 디지털 대전환(DX) 전쟁터가 됐다. MTS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갈수록 커지는 AI 투자서비스와 마이데이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해당 기능을 MTS에 잇따라 적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주식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MTS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23일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지난달 운용자산기준 1조8513억원이다. 2019년 말(9645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약 두 배 성장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어드바이저(투자전문가)의 합성어다.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증권사들은 ‘디지털 개미’들을 사로잡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MTS에 적용하고 있다. 이달 초 미래에셋증권은 MTS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추가했다. 매일 사용자 계좌를 모니터링하고 시장 환경과 계좌 현황에 맞는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있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MTS에 도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기술력이 수익률로 이어지기도 한다. 키움증권 ‘키우GO’의 지난 19일까지 6개월 수익률은 ‘위험중립형’ 기준으로 10.2%(환차익 반영)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각각 12.2%, 1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준국 키움증권 로보어드바이저팀 팀장은 “지난해 8월부터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정적인 단기채 비중을 늘렸다”며 “그 덕분에 올해 하락장 국면에서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기반 자산관리서비스도 MTS에 장착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고객의 투자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행됨에 따라 관련 시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약 20조원이던 데이터 시장 매출 규모는 올해 26조원, 2027년 약 4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국내 300여 개 금융회사를 연결한 통합 자산관리서비스를 MTS에 적용했다. 사용자는 ‘투자성과리포트’를 통해 자신이 다른 증권계좌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도 한 번에 볼 수 있다. 현재 허가심의 중인 증권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인정받으면 총 12개 증권사가 데이터 시장에서 격돌하게 된다.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한 주식거래 시스템도 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메타버스에서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VTS(virtual trading system)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주류 주식거래 시스템이 PC 기반의 HTS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MTS로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며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 손짓 하나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VTS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