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리쥔에 중형…부패 드러난 공안 내 '장쩌민 인맥' 처벌 일단락
1천억원대 수뢰 혐의 中 전직 공안 2인자 '사형 집유'
한때 중국 공안(경찰)의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 부패 등 혐의로 낙마한 쑨리쥔(53) 전 공안부 부부장(차관)이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에 따르면 지린성 창춘시 중급인민법원은 수뢰, 증권시장 조작, 총기 불법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쑨 전 부부장에 대해 사형 및 그 집행의 2년 유예를 선고했다.

사형 집행유예는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법원은 쑨 전 부부장의 정치 권리를 영구 박탈하고, 개인 재산 전부를 몰수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2년의 사형 집행 유예 기간이 끝나면 감형이나 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처해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쑨 씨가 2001년부터 2020년 4월까지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직권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에 경영, 사건 처리 등 관련 편의를 봐주고 총 6억3천600만여 위안(약 1천261억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시했다.

또 2018년 상반기 타인의 청탁에 응해서 주가 조작을 지시해 타인이 1억4천500만 위안(약 288억 원)의 손실을 면하도록 도왔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가 특별히 엄중하고 사회적 영향이 극악하며, 국가와 국민 이익에 특별히 중대한 손실을 가져왔기에 사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나 다른 사건 단서를 제공하고 파악되지 않은 뇌물 수수 사실을 자진해서 진술한 점, 범죄 수익 환수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사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쑨 전 부부장은 49세였던 2018년 당시 역대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임명된 엘리트였지만 2020년 4월 기율과 법규 위반 혐의로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 조사를 받는 것으로 발표됐고 뒤이어 작년 11월 체포됐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1순위 견제 대상인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의 정점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 최측근이었던 멍젠주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직속 부하였다.

그런 이력 때문에 재작년 4월 쑨리쥔 조사 소식이 공개됐을 때 중국 내부 권력 구도와 관련한 함의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쑨리쥔과 같은, 장쩌민·멍젠주 계열로 분류됐던 푸정화 전 사법부장(장관급)에게 같은 사형 집유가 선고됐다.

또 21일에는 쑨리쥔 라인으로 분류되던 궁다오안 전 상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덩후이린 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류신윈 전 산시성 부성장 겸 공안청장 등 3명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15년, 징역 1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로써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내달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16일 개막)를 앞두고 부패를 저지른 공안 내부의 장쩌민 계열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에 이어 처벌까지 일단락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