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이달 들어 달러예금이 약 66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환율이 고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업 달러예금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환율에 은행 달러예금 급감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519억달러(약 72조1410억원)로 집계됐다. 7월 말 526억5700만달러에서 지난달 말 513억4700만달러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약 6억달러 늘었지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감소세에는 기업의 외화예금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2년 7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전체 외화예금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4%에 이른다.

통상 기업 외화예금은 수출·입기업의 자금으로 구성된다. 환율이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환전 수요가 발생하고, 외화예금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출기업은 결제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아 외화예금에 예치한 다음 특정 환율에 도달하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운전자금으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의 환전 수요가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수출기업은 그간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국면에도 월별 수출 실적이 늘어나 달러로 받는 수출 결제대금이 증가해왔다.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수출 실적은 올 7월까지 매달 554억4880만~602억717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 11조원 이상 늘었다. 이에 기업이 예치한 외화예금은 작년부터 전달 대비 10~30%씩 증가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업예금도 전달보다 33억3000만달러 늘어난 75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세가 이어지던 와중에 환율이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기업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예금이 계속 감소한다면 기업예금이 줄어든 탓”이라며 “환율이 기업에서 바라는 수준에 도달해 환전 수요가 발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강달러로 외화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도 조치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국내 은행이 보험사 등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증권을 활용해 해외에서 외화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했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당국이 경제주체의 특정 행위를 제재할지에 관한 의사를 사전에 확인해주는 문서다. 국내 은행은 보험사에서 외화증권을 빌린 뒤 해외 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