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 기념…개막작 '꼬방동네 사람들' 등 7편 2주간 상영이정재도 미국서 축하 영상…"내 인생작 '젊은 남자'…평생 잊지 못할 것" "영화를 찍으면 몇십 년이 딱 가잖아요. 그런 기분입니다. 아무 소감이 없습니다. (웃음)" '한국의 스필버그' 배창호 감독이 15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개최된 특별전 개막식에서 데뷔 4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배 감독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CGV 용산·압구정·서면·대구아카데미·천안에서 진행된다. 연출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 배 감독이 직접 꼽은 작품 7편이 관객과 만난다. 배 감독은 "극장에서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고민 끝에 특별전을 하게 됐다"며 특별전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과의 인연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김 전 조직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배창호 감독님은 흥행 감독과 작가주의 감독을 겸한 우리나라 대표 감독이고 한국의 스필버그"라면서 "올해 칠순을 맞이하셨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 장뤼크 고다르 감독처럼 영화를 많이 만들어주십사 부탁한다"며 장수와 건강을 기원했다. 또 다른 축사자로 나선 김종원 평론가는 "(배창호 감독은) 한국 영화사적 시각에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의 한 사람"이라며 "오늘날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끈 하나의 토양이 돼줬다"고 극찬했다.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박찬욱·봉준호 감독도 해외에서 축하 영상을 보냈다. 에미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방문한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필모그래피에서 단 하나의 작품을 꼽으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배창호 감독님의 '젊은 남자'를 꼽는다"며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박 감독은 "(배 감독의 작품을 통해) 고전영화에 대한 끝없는 존경, 공부, 그러면서도 현대 사회와 현대인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형식과 스타일을 창조해 결합하려 하는 노력을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고, 봉 감독은 "감독님 작품들을 열심히 공부했고 언제나 감동했던 사람으로서 항상 신작을 기다리고 있다"며 존경을 표했다. 이에 배 감독은 "너무 과분한 말씀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상영된 개막작 '꼬방동네 사람들' 주연 배우 김보연, 안성기, 김희라는 영화 상영 전 배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배우자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김희라는 "'이 작품 다시 볼 수 있을까'하고 40년을 기다렸다"며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정말 보고 싶었다"고 감격을 표했다. 안성기는 "40년 만에 이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굉장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보인 김보연은 "다시 만나 뵙게 돼서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우리가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한 번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장호·정지영·김한민 감독,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황희·도종환 전 문화체육부장관 등도 참석해 배 감독의 데뷔 40주년을 축하했다. /연합뉴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인모 씨(23)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시엔느(sienne)'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인천 집에서 오는 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지만 좋아하던 브랜드의 신제품을 구경할 수 있어 오전부터 길을 나섰다고 했다. 특히 빈티지 그릇 등 독특한 소품이 많은 '제인마치 메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협업)한 제품을 공개한다고 한 게 관심을 끌었다.이날 오후 2시쯤 매장을 방문하니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인 씨가 받아든 대기표 순번은 337번.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평소 관심이 많던 브랜드라 팝업스토어 개장 소식을 듣고 가장 사람이 덜 몰릴 것 같은 평일 오후 시간에 매장을 찾았는데도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샤넬 매장만큼이나 입장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이처럼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작은 브랜드’ 제품들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칭하는 작은 브랜드들은 전국적인 매장 수나 매출은 자라·H&M·유니클로·스파오 같은 대규모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에 비해 10~20% 미만 수준인 경우가 많지만 희소성을 앞세워 주로 10~20대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몰 브랜드들 성장세가 가파르다. 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시작한 ‘코드그라피’의 올해 무신사 내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서울 마장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편한 옷을 선호하는 MZ세대 호응을 얻어 지난해에만 매출 150억원대를 올렸다. ‘수아레(SUARE)’, ‘락피쉬웨더웨어’ 등도 거래액이 각각 400%와 700% 성장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신규 입점 브랜드 중에서는 작년 11월 입점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더티스(THETIS)‘가 입점월 대비 지난 6월까지 매출이 20배 급증했다. 캐주얼 브랜드 ’코캔클(Cocancl)‘ 역시 작년 말 입점한 후 6월 매출이 268% 신장됐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패딩백으로 유명한 시엔느도 올해 2월 입점 후 4개월 만에 매출이 40% 늘었다. 스몰 패션브랜드가 떠오르는 것은 소비자 취향이 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1020 세대가 주 소비층이다. 이들의 온라인·모바일 중심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기존에 오프라인 편집 매장 위주로 전개됐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판매 활로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주로 SNS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필요한 만큼만 주문 제작하는 ‘게릴라전’으로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스몰 패션브랜드의 활기에 올해 캐주얼 의류 시장은 17조5230억원에 달할 전망(한국섬유산업협회 통계 기준)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5.1% 불어난 규모로, 최근 1~2년 새 창업한 브랜드 가운데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가 즐비할 정도다. 매출 ‘1000억 시대’를 열 만한 브랜드들도 나오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은 패션업계에서 메가브랜드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지난해 각각 950억원과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널디(2017년 출시)와 커버낫(2008년)이 대표적이다.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중은 ‘알듯말듯’한 인지도가 오히려 젊은 소비자들의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며 “아이러니하게 희소성을 강조해 대중성을 얻은 셈”이라고 설명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고구려·발해 빠진 연표' 논란 이틀만…국립중앙박물관, 두 차례 항의 서한 전달외교부 "中, 의도 없음 명확히 해…'역사문제 2004년 공동인식' 재확인"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빼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중국 국가박물관으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 게시된 한국사 연표를 철거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중국 측은 그간 가장 문제가 되었던 특별전의 한국사 연표를 우선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외교 경로를 통해 오늘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연표 문제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박물관은 이날 오전 중국 측이 한국사 연표 부분을 즉각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한국 측 전시실에 대한 전시 관람 중단을 요구하고 전시품을 조기에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물관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항의 서한을 중국 측에 보냈다"며 "오늘 오후 중국 측으로부터 연표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고, 오늘 중으로 철거하겠다는 담당자 메일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향후 두 박물관이 계속 우호적으로 협력하고 소통을 강화해 한중 양국의 우익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에 국보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을 포함한 14건(15점)을 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품 가운데 고구려와 발해를 포함한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 없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 "한국만의 독자성과 차별성, 문화재적 가치, 유물의 안전성 등 3가지를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전시를 비대면 방식으로 준비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 측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국제 전시를 준비할 때 학예연구관이 오가는 게 정석이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중일 3국이 화상으로 협의해왔다"고 전했다. 외교당국은 앞으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와 이번 사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양국 국립박물관의 관련 소통을 촉진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중일 공동 특별전을 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 부분을 빼 논란이 일었다. 역사와 관련한 사안은 학술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중관계와 한국 국민의 대중국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당국도 이 사건의 파장을 주시해 왔다. 각급 외교채널로 중국 측에 유감을 표하고 즉각 시정조치를 취할 것,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중국 측은 이번 건이 어떤 의도에 의해 추진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아울러 "(중국 측은) 필요한 조치를 통한 문제의 복잡화 방지 등 '역사문제 관련 2004년 한중 간 공동인식'에 대한 외교부 등 중국 정부의 존중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음을 거듭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역사문제 관련 2004년 한중 간 공동인식'은 2004년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한중 정부가 합의한 5개 항의 구두 양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국의 구두양해 사항에는 역사문제로 한중 우호협력 관계의 손상 방지에 노력하고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노력하며,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정치문제화를 방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 중국 측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의 이날 방한을 앞두고 한중 양국이 갈등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논란이 된 한국사 연표를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수정한 게 아니라 아예 철거하기로 한 것도 일단 사태를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앞으로 이 건 관련 진전 동향을 계속 주시하는 한편, 재외공관 등을 통한 역사문제 관련 모니터링 및 국내 유관부문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대응 등 관련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