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투아웃에서 끝내기 3점 홈런…kt 8-5 승리 견인
'끝내기 홈런' kt 장성우 "파울 타구로 액땜한 감독님 덕분"
kt wiz가 1-4로 끌려가던 6회초, 한화 이글스 장운호의 파울 타구가 kt 더그아웃을 습격했다.

타구에 허벅지를 맞은 이강철(56) kt 감독은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무심하게 공을 더그아웃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선수들에게 "내가 공에 맞은 걸로 액땜해서 우리가 역전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kt는 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에서 7회말 4점을 내 5-4로 역전한 뒤 9회초 5-5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말 장성우(32)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8-5 승리를 따냈다.

팀에 승리를 선사한 장성우는 경기 후 "감독님이 타구에 맞고 아픈 티도 못 내고 그러셨는데 진짜 액땜한 덕분에 잘 풀린 거 같다"고 했다.

2019년 kt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끌며 KBO리그 최고 명장 반열에 올랐다.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가 먼저 나서서 '감독님 덕분에 이겼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kt의 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끝내기 홈런' kt 장성우 "파울 타구로 액땜한 감독님 덕분"
앞선 4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장성우는 9회말 투아웃 2사 2, 3루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순에 박경수(38)가 대기하고, 1루가 비어 있어서 고의 볼넷까지 염두에 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화 벤치는 정면 대결을 선택했고, 장성우는 밀어친 멋진 홈런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성우의 시즌 15호 홈런이자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2015년 4월 10일 부산 한화전 이후 처음 그린 끝내기 아치다.

장성우는 "초구부터 변화구가 오기에 '쉽게 승부 안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2볼에서 강재민 선수가 잘 던지는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밋밋한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으니, 수 싸움의 승리인 셈이다.

타격 직후 배트 플립을 보여줬던 장성우는 "외야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는 될 줄 알았어도 정말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날 대구에서는 장성우의 야구 스승이자 가장 친한 선배인 강민호(37·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10호 홈런으로 프로 통산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장성우는 "민호 선배가 자기 목표를 홈런 300개라고 했다.

통화할 때마다 저한테 '홈런이 적다'고 뭐라고 했고, 롯데 있을 때는 (전)준우 형이나 (정)훈이 형 모두 방망이 못 친다고 타박했다"면서 "이제는 선배들이 '많이 컸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오늘 밤에는 민호 형한테 전화해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