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남재아트센터 '기적과 잠꾸러기'·웅갤러리 '시감의 웅변'

상업 화랑 공간이 작은 미술관으로 바뀌는 기획전들이 잇따라 개막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두남재아트센터는 50세 전후의 국내 유명작가들이 참여한 전시 '기적과 잠꾸러기'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웅갤러리는 외국 유수 작가도 참여한 '시감(視感)의 웅변'을 각각 열고 있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두남재아트센터의 '기적과 잠꾸러기'전에 참여한 작가는 권오상, 김기라, 유승호, 이동욱, 이정배, 이진주, 정재호, 최수앙, 홍경택 등 9명이다.

이들은 한국 동시대 미술계의 주축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작가들이다.

전시 제목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드림 시어터의 앨범 '이미지스 앤드 워즈'(1992)에 수록된 대표곡(Metropolis P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꿈에서 자신의 전생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한 9분 32초 길이의 장대한 곡으로 참여 작가들의 청년 시절인 20세기 말의 명곡으로 꼽힌다.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외환위기 등을 겪은 참여 작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생산적인 작업으로 기성과 다름을 선택한 이들이다.

회화와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이 전시는 동시대의 사람, 환경, 역사, 경험, 전통, 시간, 사건, 이타성, 공동체 신화 등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974년생 동갑인 김기라와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 겹쳐있다.

과거 방송사가 정규방송 전후로 내보낸 TV 화면조정을 카펫으로 직조한 김기라의 작품 위에 헬멧을 쓴 바이커 사진을 활용한 권오상의 조각이 누워있다.

'미디어의 멈춤'과 '질주의 정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두 작품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쉽게 사라지고 변화하는 것들, 우연적이고 우발적이며 부조화한 것들, 덧없는 찰나의 순간들 등을 발견하기를 권한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한국 팝아트의 선두주자로 2013년 이인성 미술상을 받은 홍경택(54)은 여러 도상으로 '욕망'이란 주제를 표현한 작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모놀로그 연작은 화면을 가득 채워낸 캔버스로 욕망을 대변하는 대신, 여백과 무채색을 통한 변화를 드러낸다.

이 연작에 등장하는 손은 조형적 아름다움과 표정으로 나타나며 절대자에 대한 경외와 물음을 담고 있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42)는 2014년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작가다.

기억과 꿈, 의식의 경계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미지의 잔상을 광목에 채색한 수작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은 10월 30일까지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웅갤러리가 아트플랫폼아시아(APA)와 공동 개최한 '시감(視感)의 웅변'에는 외국 유수 작가 5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작품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미술은 보면서 즉각적으로 느끼는, 시감(視感)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작품에 응축된 시각적 매력은 단순한 표피가 아니라, 우리의 시감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골랐다고 한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미술 저술가이자 APA 대표인 케이트 림이 기획했으며 외국 작가로는 치위(중국), 린 스턴(미국), 토모히토 이시이(일본), 하젬 타하 후세인(이집트), 프레 일겐(네덜란드) 등이 참여했다.

국내 작가는 김홍주, 김택상, 김근태, 이진우, 이영림, 이진영 등이 출품했다.

전시 오프닝 행사는 6일 전시장에서 연극으로 진행됐다.

통상 큐레이터가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관례 대신, 기획자인 케이트 림이 쓴 극본으로 연극을 공연해 관객들이 각자의 관점과 느낌을 갖도록 유도했다.

전시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갤러리가 기획한 '작은 미술관'…동시대 유명 작가들을 만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