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중소형주에 기회찾아왔다"
탈세계화 업종에 주목 필요
소비·배당주는 피해야
[마켓PRO]"중소형주 8년 만에 가장 싸다…소비·배당주 팔고 '이것' 담아라"
"8년 만에 처음으로 대형주보다 중형주의 밸류에이션이 싼 시점이 찾아왔다" "이젠 중소형주를 주목하라'

최근 여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소형주에 눈을 돌려야할 때'라는 조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코스피지수를 좌우하는 대형주들이 특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사이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10년 간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며 매년(2018년 제외) 벤치마크를 웃도는 '시장을 이겨낸 펀드'를 만들어낸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사진)에게 중소형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중소형주에 투자할 시점이란 조언들이 속속 나오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제가 볼 때는 중소형주에 투자할 기회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금융장세 속에서 기업들의 이익 레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가 주도하는 지수 상승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중형주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8년 만에 대형주보다 싸진 상태입니다. 당시 코스피가 쉬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재, 제약·바이오 등의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진 바 있습니다. 업종은 달라졌지만 앞으로도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소형주의 섹터와 종목이 워낙 다양한 데 이 중에서 눈여겨보는 업종이 있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칩4 동맹 이슈 등 생산거점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안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죠. 인프라, 기계, 친환경 관련주들의 이런 상황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금 말씀드린 업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두각을 나타낼 확률이 높습니다"

▷관련 종목들은 이미 주가가 꽤 오른 상태 아닌가요?

"코로나 이후 주가가 급등했던 일부 테마들과 달리 생산거점, 에너지 안보 등 이른바 탈세계화 종목들은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더욱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등했던 NFT 관련주들이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급락한 것과는 다르게 봐야합니다. 앞으로도 실적이 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탈세계화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옥석가리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2차전지 섹터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2차전지 테마 전체가 들썩거린 이후 투자자들은 분리막은 기술경쟁이 치열한 반면 양극재 기업들은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추가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경쟁력이 커질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게 됐습니다. 2차전지 안에서도 차별화된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죠.
친환경을 예로 들면 같은 태양광, 풍력 관련주라고 하더라도 향후엔 수출 경쟁력을 갖춘 종목들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식으로 옥석가리기가 일어나는 셈이죠"

▷운용하시는 펀드에서 최근 비중을 줄인 섹터가 있을까요?

"저희가 운용하고 있는 신한중소형주알파펀드의 경우 2~3달 전부터 소비재 비중을 줄여왔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만 가더라도 알 수 있는 게 건물 안에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식당가에만 사람들이 몰려있을 뿐 의류 등 매장에서 실제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점차 구경조차 하지 않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소비가 실제 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배당주로 분류되는 금융주도 비중을 줄였습니다. 단기적으로 NIM(순이자마진)이 확대되면서 좋은 실적을 냈던 금융사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비중을 상당히 많이 줄였습니다"

▷추가로 부정적으로 보는 섹터가 있으시다면.

"플랫폼 관련주를 안좋게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었고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엔 수요가 줄기 시작했고, 인건비는 이미 너무 높아진 상태라 부정적인 요인이 많습니다. 플랫폼이 갑인 위치에서 IP(지적재산) 관련 회사들이 갑이 되고 플랫폼 회사들이 을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도체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해오다 전방 산업 수요가 줄기 시작하니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반대로 수혜를 보는 업종도 생기겠네요.

"네 맞습니다. 편의점이라던가 저가형 브랜드 등 불황형 소비와 관련된 종목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들이 종목 투자를 하기엔 쉽지 않아보입니다. 다양한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 좋은 펀드를 선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중소형주가 매력도가 높아진 시점은 맞지만 업종과 종목을 수시로 교체해야하는 만큼 난이도가 쉬운 투자는 아닙니다. 잘나가는 중소형주 펀드 같은 경우에도 해당 펀드매니저가 한 분야에 전문성을 띄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측면이 있어서 이후 크게 수익률이 크게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꾸준히 수익률을 내는 펀드를 선별하기 위해선 같은 업종 분류 안에서 중심 패러다임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지, 장기 수익률이 괜찮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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