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포럼 최근호…"시설 보호 기간부터 퇴소 후까지 유기적 관리 필요"
"시설 보호아동 70%는 이미 심리 문제…'심리적 자립' 지원 필수"
"열여덟어른의 심적 고통, 보육원 떠나며 갑자기 생기는것 아냐"
지난달 보육원에서 퇴소하거나 보호연장 중인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이들에게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심리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미 시설에서 생활할 때부터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아 보호 기간에서부터 퇴소 후 자립 준비 기간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소(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 최근호를 보면 이상정 보사연 아동정책연구센터장은 '보호종료 자립준비청년의 연속적 지원을 위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역할'이라는 글에서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아동복지시설 보호아동의 70% 정도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리정서행동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양육시설(보육원 등),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의 보호 아동은 입소 이전 문제나 입소 과정에서 원가족과의 이별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하는데, 이로 인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학습장애, 분노조절장애, 품행장애, 말더듬(언어장애) 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보호시설의 보호 종료 5년 이내 청년)의 심리정서행동 문제는 아동보호의 전 과정에서 나타나 단기적인 개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자립준비청년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보호종료 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호아동일 때부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종료 후 자립과정을 거치면 걱정과 불안, 외로움과 고립감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0년 연구에 따르면 만 17세 이상 보호아동의 44.9%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여덟어른의 심적 고통, 보육원 떠나며 갑자기 생기는것 아냐"
그는 "성인기 자립의 구성요소는 경제적 능력, 물리적으로 독립된 공간 등 다양하지만, 보호종료 당사자나 현장 실무자,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중요 요소는 심리정서적 자립"이라며 "경제, 주거, 고용 등 자립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심리정서적·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져 자립의 기회로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공급자 중심의 파편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사후관리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호과정에서 개별 아동·청소년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 표준화 절차를 마련하고 보호와 자립지원의 연속선상에서 심리정서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아동이 시군구의 아동보호전담요원에게 처음 연계되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해 정서, 인지, 행동, 지능 등에 대한 문제와 원인을 파악하고 심리치료를 포함한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식으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치료 상담을 받게 하고 이를 자립지원전담기관과 공유하면 자립준비와 보호종료 후에도 연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운영하고 120명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자살 비극 후 최근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자립지원전담기관 인력을 180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담겼으나 관리해야 할 자립준비청년이 1만3천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자립지원전담기관이 보호와 자립지원서비스의 분절과 공백을 해소하고 사후관리체계로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관 운영과 인력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여덟어른의 심적 고통, 보육원 떠나며 갑자기 생기는것 아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