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제 개발기업 박셀바이오가 주력 후보물질 'Vax-NK'의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투약 환자 중 30% 이상에서 체내 암세포가 관찰되지 않는(완전관해) 긍정적인 효능을 확인했으나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 유효성을 판단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셀바이오는 1일 진행성 간암 치료제 Vax-NK와 간동맥내 항암주입요법(HAIC)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a상 예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행사(KSMO 2022)에서 포스터로 공개됐다.

Vax-NK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자연살해(NK)세포를 배양해 투여하는 환자맞춤형 세포치료제다. 박셀바이오는 간암 중 예후가 좋지 않은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2a상에서 목표한 환자는 총 20명이며, 이번에 중간결과에는 12명의 데이터가 담겼다. 이 환자들은 Vax-NK를 총 10회 투여받았다. Vax-NK를 투여받기 전에는 화학항암제(5FU, 시스플라틴)를 먼저 HAIC를 통해 투약했다.

박셀바이오에 따르면 환자 12명에게서 나타난 Vax-NK 객관적반응률(ORR)은 66.7%이었다. 객관적반응률이란 암이 일정 크기 이상 줄어들거나 없어진 환자들의 비율을 말한다.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가 4명, 크기가 줄어든 부분관해(PR)가 4명이었다. 나머지 4명은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안정병변(SD)이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초기 관찰 기관 동안 암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PD)는 없었다”며 “임상시험 단계가 넘어갈수록 통계적인 치료 효율이 낮아지는 양상이 보이는데, Vax-NK는 2a상에서 임상 1상 이상의 결과를 냈다”고 했다. Vax-NK는 1상에서 환자 11명에 투여해 CR 4명, PR 3명으로 ORR 63.6%를 기록했다.

아쉬운 점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아쉬운 점은 적은 환자 수다. 박셀바이오의 설명처럼 일반적으로 통계적인 치료 효율은 임상시험 단계가 진행될수록 낮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 까닭 중 하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한 중간결과에 포함된 환자는 12명으로 1상의 11명과 큰 차이가 없다. 표본이 되는 환자가 적은 만큼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얼마만큼 세포치료제의 효과가 지속됐는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항암치료제는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변수(endpoint)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꼽는다. 투약 후 암세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투약 후 조사기간이 짧아 PFS 확인이 어렵다”며 “2a상을 마친 뒤에 데이터 분석이 끝나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카리부 테라퓨틱스는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의 장점을 섞은 방법으로 임상 1상에 나서, 높은 ORR과 CR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나, 투약 후 약 한 달 만에 환자들에게서 암이 재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치료제 효능을 높이기에 유리하게 짜여진 임상시험 구조란 해석도 나왔다. 박셀바이오는 HAIC를 통한 화학요법에 암세포가 반응하는 환자들만 임상시험에 등록해 Vax-NK를 투약했다. 박셀바이오 측은 HAIC를 통해 간세포암에 직접 화학항암제를 투여해 최소 안정병변 이상 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Vax-NK를 투약했다. 약이 듣는 환자만 추려 임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ORR 등 약에 대한 반응값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암세포를 '정면공격'하는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암세포의 '잔당'을 처리하는 데 더 특화된 면역세포다. 앞서 투약한 화학항암제가 듣지 않는다면 Vax-NK가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박 의견도 있다. 국내 한 임상전문가는 “항암신약 개발의 최신 흐름은 ‘정밀의료’”라며 “돌연변이나 유전자 유무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는 것처럼, 정밀의료 관점으로 봐선 Vax-NK의 임상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임상 결과를 얻기 위해 환자 등록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환자 모집이 어렵고, 수월한 환자 모집을 위해 등록 조건을 낮추면 임상 결과가 나빠진다”며 “박셀바이오는 그 중간 지점을 영리하게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