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심판론 맞서 '민주주의 對 파시즘' 선거구도 모색
"온건 이미지와 충돌…중도층 소외 우려되는 고위험 전략" 지적도
공화당 때리며 선거 지원 본격화한 바이든, 지지율 다시 하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극우 공화당'과 각을 세우면서 11월 중간선거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회복세를 보였던 지지율은 다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와 미국 성인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38%를 기록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었던 지난주 조사(41%)보다 3%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숙원 사업이 대거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처리되면서 반등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경제'로 꼽았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9.1%(6월)까지 올랐다가 하락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이른바 '민주주의 대 반(半)파시즘' 대결 구도로 만들려고 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베리의 윌크스대 연설에서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정당과 1·6 의회 폭동자를 애국자로 부르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면서 이른바 '마가(MAGA) 공화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화당을 향해 '마가', '울트라 마가' 등으로 부르면서 비판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스다에서 열린 한 기금모금 행사에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극단적인 '마가(MAGA)' 철학의 시작일 수도, 사망을 알리는 조종(弔鐘)일 수도 있다"며 트럼프 세력을 뒷받침하는 전체적인 철학은 '반(半)파시즘'(semi-fascism)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 달 1일 황금시간대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에서 진행할 예정인 연설에서도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에 투표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바이든 대 트럼프'로 진행된 2020년 대선 대결 구도를 다시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문제 등에 따른 정권 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민주주의 사수'를 이번 선거의 의미로 규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판결 폐기로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화당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선거 승리에 필요한 중도 유권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는 고위험 전략이라고 미국 CNN 방송은 분석했다.

이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맹렬한 언어 공격은 온건하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판과 2020년 대선 때 유권자들을 호소했던 국민 통합 이미지를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