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이어 금융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실적까지 각종 공시제도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단편적인 지표 공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이 높을수록 좋은 금융회사라는 왜곡된 인식을 부추겨 금융사들이 실질적인 금리 인하 폭을 줄이거나 처음부터 대출금리를 낮게 책정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사 여신담당 임원은 “대출을 취급할 때부터 우대금리를 높게 적용하거나 차주의 소득 증가 가능성까지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게 정하면 소비자가 나중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도 금리를 더 낮춰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30일 공시된 금융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에서도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장·단기 카드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한 하나카드는 이날 공시에선 하위권이란 오명을 썼다. 하나카드는 8개 카드사 중 가계대출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과 이자 감면액이 각각 28.05%, 5879만원으로 두 번째로 낮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1분기 하나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연 11%, 현금서비스 금리는 연 17%대로 각각 연 13~14%, 연 17~19%대였던 다른 카드사보다 낮았다”며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신청 건수가 많은 금융사가 수용률이 낮게 나타나는 사례도 많았다. 수용률은 분자인 수용 건수보다 분모인 신청 건수가 많을수록 떨어진다.

애초에 대출 규모가 작거나 금리 인하 요구 대상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금융사는 공시가 반쪽짜리로 그칠 우려도 지적됐다. ‘수용률 100%’를 공시한 농협손해보험의 경우 신청·수용 건수가 모두 5건으로 다른 금융사에 비해 크게 적어 공시의 의미가 퇴색됐다. 자체 대출상품을 운용한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토스뱅크와 비씨카드는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만큼 소비자 신용도가 유의미하게 오른 사례가 적어 수용률도 낮게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