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우려에 천연가스 대체 수요까지…WTI 4.2%↑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0월물)은 전 장보다 4.24% 상승한 배럴당 97.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0월물)도 전장보다 3.96% 오른 배럴당 102.9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긴 것은 약 3주 만이다. 올해 들어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26%, 35%가량 상승했다.
OPEC 감산 우려에 천연가스 대체 수요까지…WTI 4.2%↑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유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경기침체 하락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최근 하락세를 달렸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등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을 감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압둘아지스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산유국들은 감산 등을 포함해 언제든지 다양한 형태로 변동하는 유가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사우디에 공감을 표하는 모양새다. OPEC 의장을 맡은 콩고의 브뤼노 장-리샤르 이투아 석유장관은 "우리의 관점과 목표에 일치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의장은 의사결정 권한은 없지만 조직 내에서 떠오르는 합의를 공개한다"며 "이투아의 발언으로 콩고는 이라크, 쿠웨이트, 알제리,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사우디의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산유량 결정 회의는 다음달 5일에 열린다.

이런 가운데 공급 리스크를 줄여줄 이란핵협상(JCPOA)의 복원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리비아 내전도 지속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공급 축소의 현실이 원유 시장을 상승시키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이 리비아에서 나오는 석유 공급 부족과 멕시코만의 생산을 방해할 수 있는 열대성 폭풍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인 내전 위험이 커지고, OPEC+의 감산 기대가 커져 유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원유의 대체 수요가 커진다는 관측에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설명도 나온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이 수요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부족한 데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가가 상승하면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크 오스트발트 ADM인베스터서비스인터내셔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가 수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지속적인 공급 제약과 OPEC의 감산 위협으로 시장이 고르지 못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