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213주
[새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 성적표의 김민영 = 고등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단짝이었던 정희(김주아 분)와 민영(윤아정)의 관계는 스무 살이 되면서 예전같지 않다.

대학생이 된 민영과 달리 정희는 '때'를 기다리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삼행시 클럽'은 해체되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던 두 사람의 통화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새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위태로운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방학을 맞은 민영은 정희를 서울 집에 초대한다.

기대에 부푼 정희는 커다란 캐리어에 고등학생 때 장난처럼 만든 버킷리스트가 적힌 종이와 필요한 준비물을 잔뜩 싸 들고 민영을 찾아온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민영의 낮은 학점이 두 사람의 재회를 망친다.

민영은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정희는 그런 민영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정희는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이 마냥 서운하고, 민영은 현실적이지 못한 친구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새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는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이면서 이전과 달리 미묘하게 삐걱거리게 된 두 사람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감독은 "모두가 각자의 정희나 민영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영화를 보시고 잊고 있던 각자의 정희나 민영이,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9월 8일 개봉. 97분. 전체 관람가.

[새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 락다운 213주 = 록다운(봉쇄) 4년 차에 접어든 20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변이를 거듭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되면 48시간 내에 사망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감염자는 'Q존'으로 불리는 수용소에 격리되고, 통행은 당연히 제한된다.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매일 모바일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

면역력이 있는 사람은 통행증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생활한다.

니코(K. J. 아파)는 자전거를 타고 배달 일을 한다.

면역자인 덕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권으로 보이지만, 록다운 기간에도 대인 서비스를 해야 했던 필수노동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대편에는 혼란을 틈타 잇속을 챙기는 특권층도 존재한다.

윌리엄(브래들리 휫퍼드)과 파이프(데미 무어) 부부는 15만 달러(약 2억 원)에 통행증을 밀거래한다.

[새영화] 성적표의 김민영
영화는 Q존에 격리될 위기에 처한 애인 새라(소피아 카슨)를 위해 통행증을 구하려는 니코의 분투를 그린다.

가족이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기는 선량한 시민과 각종 조례 등을 근거로 시민을 억압하는 정부당국 사이의 선악 구도가 선명하다.

코로나 국면의 공권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1년에 하룻밤 살인을 포함한 모든 폭력을 허용한다는 설정의 '퍼지'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염자 격리를 위해 무력까지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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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메이슨 감독은 통행금지령이 선포될 당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감염자가 발생하면 방호복을 입은 요원과 구급차가 출동해 집에서 끌어내는 모습은 팬데믹 당시 한국에서 한동안 계속된 소동에 더 가까워 보인다.

31일 개봉. 85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