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흑인·아시아인 대기시간 백인보다 훨씬 길어"
영국의 공공 의료 서비스에도 인종차별이 만연해 유색인종이 암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백인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엑서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과 함께 2006~2016년 영국 내 12만6천명의 암 환자가 일반의(GP:General Practitioner)에게 처음 자신의 증세를 보여준 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다.

영국 의료시스템에서 환자는 자신이 주치의격으로 등록한 GP로부터 먼저 진료를 받고 증세가 심하면 종합병원 등으로 연결된다.

사례 분석 결과 흑인과 아시아인은 백인보다 암 진단을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결장암 등 영국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4대암과 소수인종에게서 자주 확진되는 3대 암인 위식도암, 골수종, 난소암을 포함한 7대 암 가운데 폐암을 제외한 6대 암 사례에서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백인은 GP에게 증세를 말하고 나서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55일이 걸렸다.

하지만 아시아인은 그보다 9% 긴 60일이, 흑인은 11% 긴 61일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암에선 진단 대기 시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위식도암은 백인의 평균 대기 시간이 53일인데 비해 아시아인은 6주 이상 긴 100일이었다.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종은 백인의 대기 시간이 93일이었지만 흑인은 한 달 이상 더 긴 127일이었다.

암 진단 지체는 치료 선택지를 줄이고 치료의 효과를 떨어트려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와 공중보건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여러 차례 보건 분야에서의 불평등에 대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흑인과 아시아인이 왜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성평등재단 대표 재비어 벗은 "이번 조사 결과는 흑인과 아시아인의 생명과 직결된 아주 우려스러운 내용"이라면서 "흑인과 아시아인이 암 치료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없게 하는 요인들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를 지원한 영국 암연구소 대표 미셸 미첼은 "진단 대기 시간 차이가 암 생존율 차이를 설명할 유일한 요소는 아니겠지만, 길어진 대시 시간이 소수인종 환자들에게 부가적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