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대행 기자회견…파키스탄 "추측성 주장" 반박
"미국 드론 영공 통과 허락 말아야"…탈레반, 파키스탄 비난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이웃 나라 파키스탄을 향해 미국 드론에 대한 영공 통과 허용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29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국방부 장관 대행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 무자히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드론이 파키스탄 영공을 사용하면서 아프간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카불 상공을 나는 미국 드론을 볼 수 있다"며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가 우리를 겨냥해 사용되도록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드론 투입에 대해 "미국에 의해 아프간과 아프간의 영공이 명백하게 침략당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불법 행위를 규탄하며 미국이 이를 그만 두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즉각 반발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전날 성명에서 무자히드 장관 대행의 발언을 '추측성 주장'이라고 깎아내리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가 다른 나라를 겨냥한 테러리즘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탈레반이 2020년 미국과 도하협정에서 한 약속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드론 영공 통과 허락 말아야"…탈레반, 파키스탄 비난
파키스탄은 1990년대 탈레반의 1차 집권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양측은 그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파키스탄에 사는 파슈툰족도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지원했다.

파슈툰족은 아프간 내 탈레반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탈레반의 재집권 후에도 세계 각국이 탈레반과 교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최근 이 같은 우호적 태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탈레반 옹호 입장을 보였던 임란 칸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셰바즈 샤리프가 새 총리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탈레반과 파키스탄은 최근 국경에서 여러차례 충돌까지 빚었다.

일각에서는 경제난에 처한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재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미국에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은신처 정보를 몰래 제공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드론 공습으로 9·11 테러 주범 중 한 명인 알자와히리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탈레반은 알자와히리가 카불에 있었는지 또는 사망했는지 여부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피폭 현장에서 알자와히리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자히드 장관 대행은 "당국이 관련 사안을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끝나면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지만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탈레반은 세력을 확장해오다 작년 8월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