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과 독주에는 맞서 싸운다"…협력과 투쟁 선택지 '양손에'
'사법 리스크' 수사시 정국경색…與리더십 공백 등 변수 많아 '안갯속'
일각선 '대통령 vs 巨野 대표 구도 부각' 분석도
영수회담 꺼내며 '협력' 거론 이재명…여야 강대강이냐 협치냐(종합)
대선 패배로 쓴맛을 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제1야당 당수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 중 하나가 여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결한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인 만큼 여야 관계 자체도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비마다 선명성을 보여준 특유의 캐릭터 탓에 애초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며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일단 전당대회가 끝난 뒤 수락연설에서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국정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언급했다.

이 대표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바꾸겠다"며 "국민의 삶이 반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나서서 정부·여당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을 두 팔 걷어서 돕겠다"고 초당적 협력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취임 초부터 강경한 스탠스로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권을 향한 공세에 나설 경우 '국정 발목잡기'와 같은 프레임에 엮일 위험성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공격적 대여(對與) 메시지로 여야 대치 등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 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이는 전대 기간 내내 이 대표가 강조했던 '유능한 야당'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실제 이 대표 측에서도 여권과 정면으로 대립하기보다는 당분간 어려움에 빠진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비롯해 9월 정기국회가 이 대표의 대여 관계 기조를 살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전향적 태도로 종부세법 개정안 등 민생입법 처리에 임한다면 향후 여야 관계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여권의 정책이 민생 회복에 반하는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제동을 걸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슈퍼리치 감세, 서민예산 삭감 같은 상식 밖의 정책으로 양극화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때부터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실제로 부각하면 이 같은 기조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은 그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의 수사로 이 대표를 겨냥해 왔다.

여기에 최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된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자 당내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된 이 대표와 관련해 각종 수사가 본격화한다면 여야 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지지 기반이 강성 당원인 이 대표로서는 자신과 전임 문재인 정권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 내지 '표적 수사' 프레임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공산이 작지 않다.

여기에 향후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리더십 공백 상태로 대변되는 대혼돈에 빠졌다는 점도 여야 관계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외부의 적인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며 대치 전선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여당이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상대책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여당의 임시 지도부가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구심점을 잃은 여당보다는 윤 대통령을 대여 투쟁의 직접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당분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대립 구도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식으로 선출돼 확실한 권한을 쥔 여당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이 대표가 굳이 국민의힘과 싸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이 대통령실로 향하는 이 대표의 공세를 막기가 여의치 않다"며 "오늘부터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