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진, 책임론 제기하며 사퇴 공개 촉구
정기국회 목전서 원내사령탑 교체 부담 현실론도
기로에 선 권성동, 사태 수습 후 거취는…尹心 향배 주목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법원의 가처분 판단으로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 여당인 국민의힘이 또다시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가운데서다.

국민의힘은 주말인 27일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새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의하면서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 결론을 내지 않았다.

'선(先) 사태 수습 후(後) 의총 소집을 통한 거취 재논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는 당내에서 제기된 책임론에 대한 추후 논의 여지를 열어두되 지도부 진공상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안한 현실적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인해 여권의 '원톱'으로 남겨진 권 원내대표가 즉각 거취를 정리할 경우 당헌당규 개정 및 상임전국위 소집·개최 등 새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주체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법원이 지적한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 하자 치유를 위해 진행 중인 당헌당규 개정을 거쳐 새 비대위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권 원내대표가 일단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당 일각에서 권 원내대표 책임론도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어 변수로 거론된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는 이후 대통령실 채용,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 등으로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31일 스스로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바 있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경우 한달여만에 다시 원톱으로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한부 비대위' 좌장으로서 새 비대위로의 '질서있는 전환'을 견인한 뒤 새 비대위가 본격 출범하면 직무대행 자리는 내려놓고 원내대표직만 수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 중진 의원들은 28일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인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 정치의 시작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라면서 "새로운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돼 상황을 수습하는 게 빠르고 깔끔하다"며 권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텔레그램 문자 공개 파동 등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파국은 예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3선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정치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고, 당을 살리고,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적었고, 3선의 김태호 의원도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당원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 난맥상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권 원내대표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로에 선 권성동, 사태 수습 후 거취는…尹心 향배 주목
일단 권 원내대표가 사태를 수습한 뒤 거취를 정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권 원내대표를) 그만두라고 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현실적 방안은 안 되는 것"이라며 "현재 비대위 하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이 필요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권 원내대표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연판장을 주도했던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새 비대위 출범에는 1~2주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동안 당 지도부가 있어야 하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뒤에는 분명한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들이 많았음에도 이게 (의총에서)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뚜렷한 대체제 없이 권 원내대표까지 사퇴시키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이 공백인 것 역시 집권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여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권 원대표가 비대위 출범과 맞물려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받은 뒤 법원의 결정이라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연판장을 돌렸던 의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권 원내대표의 최종 거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국 윤심(尹心)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선다.

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당무 불관여 원칙을 견지하고 있지만,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이란 자리가 당정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누가 그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의중도 현실적으로 무시못할 변수라는 점에서다.

친윤 핵심 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윤 대통령과의 물밑 교감을 시도하며 의견을 수렴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여권내 혼돈 상황과 관련, "당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고심해서 내린 결론에 대해선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