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뮤지션 서울서 이색 협업…"두 목소리로 만드는 시너지가 매력"
호주 윌 하이드-한국 이바다 "상처받은 MZ세대 음악으로 위로"
"제가 가사에 넣는 메시지가 어떻게 해석될지 조금 더 고민하게 됐어요.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 (윌 하이드)
"제가 작업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음악을 접하는 모습이 좋았고, 배울 점이 많았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시도해 보는 경험이 됐죠." (이바다)
한국과 호주의 두 MZ세대 뮤지션이 서울의 한 작업실에 모였다.

성별도, 국적도, 음색, 취미도 전혀 다른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과 호흡하며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냈다.

싱어송라이터 이바다(30)와 호주 출신 뮤지션 윌 하이드(23)다.

이들은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들의 목소리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 가지를 다 듣게 되는 점이 좋은 것 같다"며 "두 목소리로 만드는 시너지가 좋고 매력이 있다.

이를 통해 음악에서 긴장감이 만들어진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2015년 데뷔한 이바다는 몽환적이고 독특한 음색과 노래로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는 뮤지션이다.

윌 하이드는 호주 일렉트로닉 듀오 시드 출신으로 2020년 미니음반 '위드 유 인 마인드'(with u in mind)로 솔로 데뷔했다.

윌 하이드는 20대 초반 나이에도 마냥 밝지만은 않은, 내면의 불안과 음울함을 파고드는 노래로 MZ세대 음악 팬의 귀를 자극했다.

편안한 음색과 멜로디는 감성적인 가사와 잘 어우러진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 윌 하이드의 음악을 추천하면서 K팝 팬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자 노래의 초반 '밑그림'을 그린 뒤 서울에서 만나 본격적으로 녹음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몽마'(夢魔)와 '쉬 갓 잇'(She Got It) 두 곡을 만들어 연내 발표를 목표로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윌 하이드는 "이바다와 함께 작업하면서 아티스트로서 가진 그만의 세계도 접해보고, 이를 통해 영감을 얻게 됐다"며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호주와 달리 인구 밀도가 높고 꽉 찬 느낌이 드는 곳"이라며 "음악적으로도 요즘 한국에서 나오는 음악이 많기에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고, 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있다.

이바다의 목소리 톤이 너무 좋아서 작업 결과물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쾌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윌 하이드는 '보이'(boy.)·'나씽 에버 체인지스.'(nothing ever changes.) 등의 노래를 통해 젊음에 수반된 특유의 불안을 노래해 왔다.

그는 "처음에 내가 음악을 시작하면서 나 자신이 겪은 문제와 고난에 관해 썼다"며 "이런 노래를 통해 힘든 시간 속에서도 고통을 이겨내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SNS에서 보이는 밝은 모습만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학창시절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또래와 어울리려 운동을 하기엔 체격이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찾은 탈출구가 음악이었다.

윌 하이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같은 어린 친구들이 내 노래를 찾아 듣는 것 같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불안과 우울증 같은 많은 심리적 고통과 상처를 겪고 있는데, 우리의 음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연결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티스트와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 그리고 내가 '연결점'이 있을 때 해당 가수를 응원하게 되죠. 제가 전하는 음악적 메시지가 각자가 가진 약점과 연결되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윌 하이드)
호주 윌 하이드-한국 이바다 "상처받은 MZ세대 음악으로 위로"
주요 노래 제목이 소문자로 이뤄진 것도 윌 하이드 노래의 특징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이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며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윌 하이드는 "소문자로 제목을 쓰는 것은 사람들 눈에 더 쉽게 띄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서 (소문자만 이용해) 덜 형식적으로 글자를 쓰지 않느냐. 이러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바다는 올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영화에서 왕왕 찾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업곡 '몽마'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데스+ 로봇'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바다는 "극 중에서 구미호는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잠들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역할로 나온다"며 "이 이야기를 보고 밤에 찾아가 위로해주는 몽마(서큐버스·Succubus)를 떠올렸고, 그에 맞춰서 가사를 썼다"고 소개했다.

또 "'쉬 갓 잇'은 노랫말 속 여성이 독하고, 멋있고, 섹슈얼한 곡"이라고 귀띔했다.

이 얘기에 윌 하이드는 "'쉬 갓 잇'은 '몽마'에 비해서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이라며 "내년에는 나도 그런 분위기의 음악을 하고 싶었기에 이번 작업이 좋은 시작이 됐다.

사람의 시선과 귀를 잡아끌 수 있는 노래"라고 거들었다.

두 싱어송라이터는 MZ세대답게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한다는 점이 닮았다.

윌 하이드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뙤약볕 아래 헤매는 익살스러운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오는 11월 새 미니음반 발표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음악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게 해 주죠. 제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저마다 경험과 기억이 생겨나는 것은 늘 감동적이고, 아티스트로서 겸손해지게 돼요.

반대로 SNS는 팬과 매일 할 수 있는 직접 소통이라는 점에서 좋아요.

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겪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 (윌 하이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