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전 등 현안 적극대응…잇단 현장방문, 소통 강화
野, 홍장표·전현희 거취 언급에 고발하기도…여야정 협의체 가동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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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우리 정부 역사상 국무총리를 두 번 역임한 5번째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로서 마무리 역할을 했던 한 총리는 이번에는 윤 정부 첫 총리로서 규제혁신을 통한 경제 생산성 제고 등 국정목표 실현을 궤도에 올려놓고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규제혁신의 가시적 성과는 물론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이뤄내는 것도 한 총리가 풀어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회 인준안 처리 일성으로 표방했던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다소 엇갈리는 상황이다.
◇ 임명장 받자마자…규제혁신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라는 임무를 띠고 지명된 한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5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일요일이었는데도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모아 개최한 회의에서 한 총리는 '규제 혁신' 필요성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이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한 총리는 취임 4주차인 6월 14일 윤 정부의 규제혁신 틀을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전략회의', 국무총리 주도 '규제혁신추진단', 규제 타당성 판단 기구 '규제심판부' 신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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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직접 기업을 찾아 투자애로·규제개선 간담회를 진행하고, 간담회에서 들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2007년 아리랑 2호 발사를 계기로 6m에서 4m로 완화된 이후 15년간 묶여 있던 위성영상 보안 규제를 두 달여 만에 개선한 것이 한 사례다.
한 총리는 지난 6월 벤처·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위성영상 배포 규제 관련 건의 사항이 나오자 즉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방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인 회의에서 약 두 달간 조정을 거쳐 규정이 개선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규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뿐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서기 때문에 이전보다 속도가 붙고 진전이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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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즉각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며 부처들의 신속한 대처를 주문했다.
특히 이달 초 수도권·중부지방에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수시로 관계장관 점검회의를 주재해 대비 상황을 살폈다.
폭우 당일인 8일 밤 첫 회의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총 8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9일 하루 동안 한강홍수통제소와 지하철 동작역, 구룡마을을 연이어 찾고 10일에는 양천구 목동에 있는 빗물 펌프장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지난 16일부터는 주 1회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주제 제한 없이 질문을 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 이달 23일 '수원 세모녀 사망사건' 긴급회의 등 현안 대응 회의도 여러 차례 주재했다.
한 총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불어와 영어로 경쟁 발표(PT)를 진행했다.
한 총리의 책임총리 문제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실이 군림하지 않고 국무총리와 부처에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라며 "실제로 취임 후 한 총리가 부처 보고를 직접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취임 100일 이후에는 책임총리에서 나아가 책임장관으로, 부처에 더 권한을 위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총리가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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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처음 총리 후보자로 지명할 때부터 '협치'를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막판에 한 총리 인준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통과시킨 것을 두고 한 총리도 여러 차례 고마운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취임 이후에 했던 발언들이 야당과 협력 분위기를 냉각시키기도 했다.
지난 6월 진행한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관련 발언이 그 시작이었다.
한 총리는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감사원으로부터 '표적 감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관련해서도 한 총리는 "정치라는 것을 너무 입에 올리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등 발언으로 각을 세웠다.
민주당 정치보복수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한 총리와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인사청문회 때부터 현재까지도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과 자주 통화하면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며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추진하는 것도 말로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