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불법취업 급증세…갖은 방법 동원 입국·부작용 속출
[특파원 시선] 한류관광객으로 위장하는 '작은 유령'들
태국 언론에도 한국에 관한 뉴스가 꽤 자주 등장한다.

한류의 동남아시아 거점인 태국에서 K-팝이나 K-드라마 소식이 자주 보도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최근 대중문화보다 더 비중 있게 다뤄지는 뉴스가 있다.

태국에서 '작은 유령'(little ghost)이라 부르는 불법취업자 이야기다.

한국을 찾는 태국인도 크게 두 부류다.

K-콘텐츠 본고장을 찾아가는 한류 관광객과 불법취업자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태국인은 1만6천822명으로 미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이 태국인의 인기 관광지가 된 덕분이지만, 한국행 비행기에는 관광 목적이 아닌 이들도 상당수 섞여 있다.

이달 2~9일 방콕발 제주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태국인 1천164명 중 727명이 '입국 목적 불분명'을 사유로 입국 불허됐다.

10명 중 6명이 불법취업자로 분류된 셈이다.

제주는 전자여행허가가 필요 없어 '작은 유령'들의 입국 통로가 됐다.

무더기 입국 불허에 태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해외 취업을 장려해온 태국 정부는 불법취업하면 처벌받고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단속을 강화했다.

양국 정부는 출국 전부터 불법취업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

'불법취업 희망자'들은 어떻게든 한국 땅을 밟으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한국 취업을 미끼로 유혹하는 취업 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태국 SNS에는 한국 입국 성공기가 공공연히 공유되고, 조회 수도 높다.

'여권에 한국 연예인 사진이나 스티커를 붙여라'를 시작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한류 관광객으로 보일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특파원 시선] 한류관광객으로 위장하는 '작은 유령'들
개중에는 정말로 여행을 갔는데 쫓겨났다는 하소연도 보인다.

입국 불허 후 여행사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태국 관광객들도 있다.

제주에서 입국이 불허돼 4일 격리 후 추방됐다는 한 태국인은 "'작은 유령' 문제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다른 이들은 같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제주에도 전자여행허가제 도입하기로 했다.

불법 입국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불법취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억울하게 입국 불허된 사례도 있지만 입국 허가를 받은 뒤 관광 일정에서 이탈해 사라진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입국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태국 노동부는 불법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와 농업 부문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서 태국인 쿼터를 늘리는 방안을 협상했다고 밝혔다.

합법적인 취업자를 늘릴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흥·마사지 업소 등에서 일하던 태국인들이 수확기 농촌으로 눈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6월부터 2개월 동안 유흥·마사지 업종 불법 취업자를 단속해 총 887명을 적발했다.

단속된 외국인 642명 중 태국인이 527명으로 대다수였다.

한국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태국인들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서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면 '윈윈'할 수 있지만, 자칫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지혜로운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태국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태국인은 18만1천783명이며, 이 중 약 14만명이 불법취업자다.

/연합뉴스